상계동성당 게시판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홍신부님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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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3-03-23 ㅣ No.6621

어떤 자매님이 말씀하시길

자기는 가끔씩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전화로 한시간 정도 이야기를 듣고 나면

기운이 다 빠지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자매가 자기는 몸으로 일하는 봉사를 몇시간을 해도 괜챦은데 자매는 약골이라고 하며 걱정스럽다고 하더랍니다.

그 말을 들으니 자기가 정말 몸이 약한가 걱정이 되더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몸으로 일하는 것과 들어주는 것 중에서 어느것이 더 힘이 들까요?

많은 분들이 몸으로 일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십니다.

전화야 가만히 앉아서 받는 것인데 뭐가 힘이 드냐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십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몸으로 일하는 것 보다 듣는 것이 훨씬 더 힘이 듭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신경을 쓰는, 힘을 쓰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몸으로 하는 봉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쓸 일이 없습니다.

그저 나만 잘하면 됩니다.

그래서 마음의 힘을 쓸 일이 없고 단지 몸의 힘 만을 쓸 뿐입니다.

그러나 들어준다는 것은 다릅니다.

들어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준다는 것인데

이것은 참으로 많은 신경 즉 마음의 힘과 육신의 힘을 써야 하는 일인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무슨 몸의 힘이 들어가느냐고요?

듣기 싫은 이야기를 들을 때 몸에서 어떤 현상이 생깁니까?

몸이 주리를 틀지요.

그것을 참으려면 몸의 힘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봉사중에서 가장 큰 봉사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봉사라고 합니다.

신부들도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하면 고해성사라고 하지요.

그만큼 듣는 일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듣는 봉사를 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을 정해서 들으셔야 합니다.

즉 듣는 것은 한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상을 넘어가면 체력이 달려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담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시간 이상은 절대로 듣지를 않습니다.

상담을 하다가도 한시간이 되었다 싶으면 이야기를 정리를 합니다.

만약에 내가 정리를 하려는데 상대방이 이야기를 질질끌고 늘어지는 것은

상대방이 상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푸념을 늘어 놓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들어주셔야 나도 지치고 상대방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를 않게 됩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봉사중에 가장 큰 봉사이고

이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많은 교회는 참으로 기도하는 분위기를 갖습니다.

반대로 들어주는 것이 없이 자기 소리만 내는 본당은 시끄러운 본당인 것입니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봉사이기도 하고 자기 영성수련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영성가는 말하기를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은 기도를 열시간하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듣는다는 것이 힘이 든다는 말인 것입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십시오.

그것이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내 마음의 힘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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