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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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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madal77] 쪽지 캡슐

2001-06-29 ㅣ No.7058

< 세탁 >

 

 

왕이 있었다.

그리고 왕한테는 장가들여야 할 아들이 있었다.

 

왕은 누구를 며느리로 택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천거되어온 처녀들에게 일을 주었다.

"너희들의 세탁솜씨를 보고 싶다."

 

처녀들은 너도 나도 빨래감을 가지고 물가로 나갔다.

좋다는 비누질을 해가며,

방망이질을 해가며 때를 빼내었다.

 

밤에는 자지 않고 다듬이질을 하고,

홍두깨질을 해서 새 천 못지않게 다듬었다.

 

마침내 날이 밝자 처녀들은

저마다 세탁물을 왕 앞에 내놓고 뽐내었다.

 

처녀들을 둘러보던 왕의 눈길이

아무것도 내놓은 것이 없는

처녀한테 머물렀다.

 

왕이 물었다.

"너는 무엇을 세탁하였느냐?"

그 처녀가 대답했다.

"마음을 세탁하였습니다."

 

왕이 거듭 물었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믿느냐?"

처녀가 비단 보자기에 싼 성서를 내놓았다.

"마음의 세제인 성서를 보아주십시오. 제 손때가 증거가 될 것이옵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세자빈에는 그 처녀가 간택되었다.

 

 

- 정채봉 <바람의 기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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