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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일년여간 냉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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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125.141.122.*]

2008-01-19 ㅣ No.6240

옆 집에 사내녀석 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오래 전 일이지요.

한 녀석은 내성적이고, 한 녀석은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애면글면 키우는 모습을 보자니 제 숨이 턱에 찰 정도였는데, 어느 새 걸음마를 하고 뒤뚱뒤뚱 달려보더군요.

하루는 적극적인 녀석이 뒤뚱거리고 달려와 제 얼굴을 보며 외쳤습니다. "아리루리라가  모오오 알라라."

물론 저 외치는 소리는 제가 아무것이나 적어 넣은 것입니다. ^^

저렇게 길지 않았을 것입니다. 암튼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함성으로 터져나오더군요.

내성적인 녀석은 그 뒤에 슬며시 다가와 제 어깨를 짚고 작은 소리로 "우아" 정도로 아는 체를 했습니다.

그 아이들은 태어나기 위해 어미 뱃속에 들어선 순간부터 치열한 경쟁을 경험했으며 짜릿한 승리를 맛보았겠지요.

살아남기 위해 오줌물 속에서 몇 개월씩을 지냈고, 쌍둥이니 좁은 곳에서의 경쟁이 더 치열했을 것입니다.

신생아는 이미 원시시대 이래로 축적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는군요.

맛이 이상한 것을 내뱉는 것 조차 이미 입력되어 있는 정보에 의한 선택이라고 합니다.

겨우 보름 쯤 더 지났을까요? 아이들이 말문이 터졌습니다. 단어가 문장이 되는 날이 온 것이지요.

아이들이 종달새처럼 지저귀는 것은 상쾌하지만 이제부터 육아의 고통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

사춘기에는 뉴론이 만들어지기만 하지 서로 연결이 미처 되지않아 그토록 힘들어 한다는군요. TV에서 보니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너무 줘도 걱정 안줘도 걱정,  너무 볶아도 걱정 내놔도 걱정. 믿자니 부족하고 안믿자니 애물단지인 것이지요.

우선은 키우는 나 자신이 뭘 모르고 키웠다는 걸 다 늙어서야 깨닫게 되는 신비.^^

미리 알았더라면 당최 아이들을 낳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주님께는 이런 자식들이 울 나라에만 5백만명 정도.

물론 인구 수에 가톨릭 신자들 10% 정도 잡은 숫자입니다.바깥 자식이 속은 더 썩일 터이니...  에효!!

가장 맘에 드는 자식은 제 할일 제가 알아서 하는 자식이겠지만, 가장 문제 많은 녀석이 속은 더 상하면서도

속정은 어쩌면 더 드는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아는게 많아서겠지요.

이 세상에 가장 좋은 부모는 완벽하게 치다꺼리 해 주는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딱 자녀의 수준과 합치하는 부모. 그런 부모가 좋은 부모 아닐까요?

부모가 모자라서 돌봐드려야 한다면 애들이 상처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성숙한 세월을 살게 될테고

부모가 넘 넘치는 상태라면 그로인해 아이들이 받는 영향이 어느 쪽으로든 나타나 다른 상처가 될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밀고 당기며 서로 보완해 주며 정을 주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어느 고난의 시절이라도

이겨내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토대를 이루어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러한 부모라도 자식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작은 결정이라도 대신해 주다보면 혼자 서야할 때 나약하고 천덕꾸러기 자식으로 전락하기 일쑤니까요.

프란치스꼬 님,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주님께서 님과 똑같은 키로 옆에 서서 같이 가고 계시다는 것.

빼지도 않고 보태지도 않은 딱 형제님과 똑 같은 그 분.

형제님의 인생은 주님의 것이 아닙니다. 바로 형제님 것입니다.

들어주시든 안 들어주시든 기도를 할 수 있고 그 기도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고 그 분의 존재를 느끼는 것.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어도 좋다는 이 믿음.

참 행복하지 않습니까?

다른 이들의 믿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든 오늘을 살아가는 형제님의 삶에 그 분이 계시다면, 그 분께서 원하시는

대로 살아가실 수 있다면, 다른 사람 누구와도 키 높이를 맞추실 수 있을 것이니, 참 복된 사람이 되실 것 입니다.

신화속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은 기준말고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 한 번 느껴 보세요.

기왕에 주님안에 사시기로 작정을 하셨다면요.

물론 저는 화살 기도만 잘 하는 날탕 신자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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