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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2, 24 청년공동체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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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종 [sjjbernardo] 쪽지 캡슐

2000-02-25 ㅣ No.1183

2000, 2, 24 연중 제7주간 목요일(청년 공동체 미사 강론)

 

 

마르코 9,41-50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 죄의 유혹)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하여 너희에게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의 상을 받을 것이다.

 

  또 나를 믿는 이 보잘것 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은 그 목에 연자맷돌을 달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손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손을 찍어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꺼지지 않는 지옥의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불구의 몸이 되더라도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발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발을 찍어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는 절름발이가 되더라도 영원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 눈이 죄를 짓게 하거든 그 눈을 빼어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애꾸눈이 되더라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누구나 다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그 소금을 짜게 하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

 

 

<묵상>

 

어제 청년 공동체 미사에서 했던 강론을 올립니다. 늦게 올려 정말로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 본당 청년 공동체에 있어서 참으로 뜻깊은 날입니다. 사랑하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주님 안에서 서로가 하나임을 체험하며, 서로를 나누는 공동체 미사를 처음으로 봉헌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함게 해 주신 천주교 서울대교구 본당 청년 사목부의 배상엽 신부님, 그리고 교구 청년연합회와 6지구 청년연합회의 여러 청년 벗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제가 사제가 되어 이 곳에 처음으로 부임한 후에 가끔씩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합니다. 청년 신앙인으로써 나름대로 신앙을 증거하고 이 척박한 땅에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 보고자 뛰어다녔던 젊은 나날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청년 여러분의 벗으로, 동반자로 사랑가는 사제가 되어 이 자리에 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역할이 조금 바뀌었을 분 근본적인 것은 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제 자신은 여전히 청년이고-사실 청년은 나이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규정된다고 생각합니다-,갈라진 조국의 현실 안에서, 그리고 사람을 잡아먹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가지고 창조된 사람이 처절하게 죽어 가는 현실 안에서, 사랑과 정의로 다스려지는 하느님 나라를 일구어가야 할 신앙인의 사명은 결코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 치열한 경쟁 속에 사람을 몰아 넣는 세상의 논리를 거슬러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한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우리에게 밥이 되어 오신 예수님을 먹음으로써 곧 우리 역시 다른 이들의 밥이 되겠다고 자신을 내어놓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세상은 남을 죽임으로써 우리 자신이 살 수 있다고 아무리 짖어대어도, 결코 이 것이 진리가 아님을 알기에, 우리의 온 몸과 마음으로 예수님의 십자가에 우리도 함게 못 박혀 죽음으로써 모든 이를 살리겠다는 다짐의 표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 신앙인들, 적어도 겉으로만 신앙 생활을 하거나 개인의 평안함을 쫓아 신앙 생활을 하지 않고, 삶을 통해 참 신앙을 증거하려는 신앙인들은 시대에 뛰떨어진 미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시대를 거슬러 살아가는 무모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기쁨과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를 부여안고 살아가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사도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을 돈과 권력의 노예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죄로 오염되었을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죄를 강요하는 이 세상 한 가운데서 죄의 사슬을 끊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위해, 다른 이를 움켜잡으려는 손을 찍어버린 사람들, 다른 이를 밟고 서려는 발을 찍어버린 사람들, 다른 이를 집어삼킬 듯이 독기를 뿜은 눈을 뽑아 버린 사람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구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 바로 이 사라들이 예수님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바로 예수님의 사람이 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비록 적고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누구보다도 든든한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잘라낸 손과 발과 눈이 되어 줄 사랑하는 벗들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항상 힘과 용기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이 작은 미사가 우리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첫 걸음을 내딛는 우리 모두가 결코 변치 않는 믿음과 우정으로써 주님과 함께 벗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 안에서 온전히 실현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기를 정의와 평화의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아멘.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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