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십리성당 게시판
내 사랑 답십리본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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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는 직업이 목수 일을 하시는 분인데 일이 없을 때나 본당에 일이 생겼을 때는 만사를 젖혀놓고 성당에 나와서 봉사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약 4개월여전 얘기 같습니다. 그날은 새봄맞이 성당 대청소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속한 11구역은 마당청소였는데 그 형제는 어느구역 소속인지는 모르나 손수레를 끌고 커다란 쇠 화분을 옮기는 일을 하더군요. 어떤 분과 함께였는데 성당 뒷마당(여자화장실 뒤)에 있던 쇠 화분을 수레에 싣고 마당을 거쳐 바같으로 나가서 화분의 흙을 쏟고 다시 갈아 주는 작업 같더라구요. 제가 별로 힘을 쓰지는 못하지만 겨우내 다져진 흙이 가득 담긴 쇠 화분 2개가 무거워 보이기에 곁에서 거들어 수레를 잡고 가다가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그 순간 천사상을 씻느라고 쏘아올린 물줄기가 내 얼굴에 튀기에 잡고 있던 수레에서 손을 떼고 딴청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아얏!"하는 비명소리가 등뒤에서 들리는 거에요. 깜짝 놀라 쳐다보니 그 형제의 발이 그만 그 무거운 화분 밑에 깔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아팠을 거에요. 헌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함께 수레를 잡고 와서 화분을 내리던 분이 그 형제에게 소리를 빽 지르잖아요. "병신 같이 그다(거기다) 발을 놓으면 어떡해?" 옆에서 보는 제가 화가 나더라구요. 조심해서 내렸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다친 사람에게 소리를 질러대니까요. 그 순간 그 형제도 기가 찼든지, 아니면 화가 뻗쳐서 그랬든지 얼굴색이 샛빨개 지더군요. 나는 한바탕 붙는줄 알고 그 형제에게 다가가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걔속 잡고 왔어야 하는 건데. 정말 미안해. 좀 봐. 많이 다쳤나 봐야지?"하면서 그 형제를 쳐다봤습니다. 얼마나 아팠으면 눈에 눈물이 맺혔더라구요. 그런데 그 형제가 나 같으면 야단치는 이(다치게 한 이)를 한방 먹이구 싶더구만도 그 형제는 먼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보며 숨호흡을 한번 길게 하더니 찡그린 얼굴을 펴면서 "괜찮아요. 견딜만 해요 됐어요"하더라구요. 그 형제님은 지금도 저와 같은 레지오 팀에 계십니다. 성당에서 만나면 항상 무표정하게 서 있으시다가 눈이 마주치면 누구에게나 너그럽고 선량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그 형제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행복합니다.
소병선 요한돈보스코 형제님.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더구나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셔서 항상 감사 합니다. 당신처럼 훌륭한 분이 우리본당에 계시기에 오늘도 내사랑 답십리 본당을 향하는 내 발길이 이렇게 가볍고 행복하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십시요. 그대에게 축복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