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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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6-09-28 ㅣ No.7002

    소설가 공지영의 네 인생의 첫걸음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마더 데레사

인도 캘커타에서 산 
겨우 5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작은 여자의 이야기를 엄마는 
지난 주 내내 읽었다. 
혼돈과 무관심과 약탈이 합법적으로 
일어나는 듯했던 20세기를 
뜻밖에도 따뜻함과 
성스러움으로 밝혔던 여자. 

중세의 책 속에서가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틀어놓은 텔레비전 속에도 
성녀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그 여자 말이다. 

마더 데레사에 관해서 
엄마는 몇 종류의 책을 읽었고 
영화도 보았다. 

엄마 세대의 아이콘이었던 
올리비아 핫세가 나이가 많이 들어 
마더 데레사의 역할을 하는 것도 
흥미로왔던 그런 영화였지.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히고 
인도의 거리를 걷던 두 아름다운 여자 
-올리비아 핫세와 실제의 마더 데레사 - 는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채로운가 하는 
뜻밖의 감동을 엄마에게 
주기도 했단다 

엄마가 이번에 집어든 책은 
‘소박한 기적’ 이라는 책이었어. 

주로 가톨릭 계통의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들을 읽다가 
이번에는 일반 출판사에서 책을 냈길래 
어떻게 다를까 하고 읽게되었단다. 

너도 알다시피 인도의 
마더 데레사는 수녀가 되어 
고등학교 여선생으로 복무하던 어느날 
여행길에서 “목이 마르다” 라는 
예수의 목소리를 듣고 빈민들을 
위해 일할 것을 결심하게 된다. 

가르치는 일 와중에 병원에서 
잠시 봉사를 하기도 했는데 
어느날 한 남자가 무엇을 안고 왔다. 
“바싹 마른 나뭇가지 같은 게 삐져나와 있었다 
자세히 보니 죽어가는 소년의 여윈 다리였다. 

남자는 수녀들이 받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지, 
‘당신들이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풀밭에 
내던져 버리겠소. 
그러면 재칼이 좋아하겠지.’라고 말했다. 

테레사 수녀는 
연민의 감정이 물밀듯 밀려와, 
앞도 보지 못하는 가련한 
그 아이를 팔에 안고 앞치마로 감쌌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기쁨으로 
마음이 벅차 올랐다.” 

위녕, 
이것이 현대의 한 세기를 뒤흔든 
성녀의 조그마한 시작이었다. 

그가 그리스도교도이든 흰두교도이든, 
그가 자유주의자이든 공산주의자이든 
모두가 한 인간임을 확인시켜준 
그 성녀의 시작이 이토록 사소하고 
작은 기쁨에서 비롯되었구나 . 

데레사는 그 아이를 
감싼 이후로 알게된단다. 
사람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설사 우리가 손 쓸 수 없는 
병에 걸렸다 해도 그들이 
사랑받고 존중 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은 인간의 존엄을 가지고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는 것을 말이야. 

그리하여 그녀는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길거리 개들과 다투는 사람들, 
짐승처럼 길거리에 누운 채 죽어가는 사람들, 
더러운 옷 뭉치처럼 길가에 누워 개미와 구더기 
그리고 쥐들에게 물리면서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 

그들 모두는 그녀에게 있어 
예수와 같은 존재. 
이쯤되면 여러 사람들 때문에 
욕을 먹고 있는 예수도 
칭찬을 받게 되지 않을까? 

마더 데레사가 창설한 
수녀회의 수녀님들은 
평생 자기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네 가지 가지고 있다. 

묵주와 십자가, 접시와 사리 세벌 
(두벌은 평상복이고 한 벌은 
행사때 입는 것) 이 그것이지. 
전화도 물론 없고 선풍기조차 없다. 

그런데 그 수녀님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아기들을 돌보면서 말하는 거야. 
“우리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가끔은, 특히 책이 
가지는 이점이지만, 
잠시 책장을 덮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멈추어야 할 때가 있지. 

엄마는 이 구절을 읽다가 그랬다. 
이것이 기적이라고.. 

버림받은 아이들을 안고 기뻐하는 
수녀님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천사들에게 과연 꼭 그렇게 
희고 때 타기 좋은 날개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이런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 
어느 해질 무렵 수녀님들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가보니 헐벗은 
나환자가 추위에 떨고 있었다. 
마더 데레사는 즉시 
음식과 담요를 내 주었다. 

그런데 그 자신 가난한 
나환자가 진지하게 말했다. 
‘수녀님 오늘 제가 여기 온 것은 
뭔가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수녀님이 어디선가 큰 
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오늘 제가 구걸해서 번 돈을 
선물로 드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수녀님 비록 약소하지만 
제 선물을 받아주십시오’”

위녕, 기적이 기적을 부르는 
이 책을 너에게 주고 싶다. 


세상은 참 살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이런 기적들........... 
그러니 오늘도 좋은 하루!
 
 
  ≪ 2006년 9월26일 문화일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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