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여자의 작은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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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남 [obbji] 쪽지 캡슐

2004-08-28 ㅣ No.3551


    여자의 작은 보따리 한 여자가 시집을 왔습니다.. 마음은 그대로 둔 채 사는 곳만 바뀌었습니다.. 시댁 어른들은 친정에 두고 온 마음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여자는 마음을 가지러 친정에 갔습니다.. 거기엔 마음을 친정에 두고 온 한 여자가 엉거주춤 있었습니다.. 올케에게 내 마음을 가지러 왔노라고 말을 하려다 그냥 돌아온 여자는 친정 엄마가 싸준 떡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외면하고 돌아 앉는 시댁 식구들.. 보자기엔 왜 마음이 담겨져 있지 않는거냐며 또 다시 호통을 칩니다.. 여자는 서러워서 남편몰래 눈물을 흘립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하나..둘..생겼습니다.. 여자는 딸을 보며 말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말이다 니가 커서 시집갈 땐 내가 마음을 한 보따리 싸주마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없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챙겨서 싸줘야 할지를.. 여자는 아들을 보며 말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말이다 니가 커서 장가들면 니 처에게 마음을 가져오라고 하지 말거라.. 그냥 떡이면 족하거늘..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없습니다.. 마음을 두고 떡만 싸 가지고 온 며느리를 사랑해줄 자신이 없습니다.. 어느새 세월은 흘렀습니다.. 그냥 엉거주춤 아이들 크는 모습 보는 동안에 세월은 빨리도 흘렀습니다..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 길을 합니다.. 하얀 머리의 외할머니가 싸준 보자기엔 떡보다 더 귀한 무언가가 한가득 들어 있었음을 느낍니다.. 세월은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보자기를 풀며 환하게 웃는 시댁식구들.. 보자기에 담긴 마음을 보고 시댁 식구들은 활짝 웃습니다.. 모두 내 식구들이였습니다..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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