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이외수의 "외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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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graciakim79] 쪽지 캡슐

2001-11-04 ㅣ No.7958

깊어가는 가을날에 읽은 책 중에서 특히 와 닿는 구절을 적어봤습니다.

저는 어떤 눈을 가지고 있을까요? ^^

 

 

"외뿔" 중에서....

 

 

인간은 네 가지의 눈을 가지고 있다.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 영안(靈眼)이다.

어떤 눈을 개안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크기도 달라진다.

 

 

 

여기 잘 익은 사과 한 개가 있다.

보는 눈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간단히 한번 열거해 보겠다.

 

 

 

육안(肉眼)

 

가장 저급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눈이다.

육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은

반사적으로 침을 흘린다.

그에게는 사과가 단지 둥글고

붉은 빛깔의 음식물에 불과하다.

음식물을 먹어치우는 일이

곧 음식물을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은 위장 속에 잠시 머물러 있다가

오물로 배설된다.

 

 

 

뇌안(腦眼)

 

육안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로 진화된 눈이다.

뇌안을 가진 인간은 사과를 보면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린다.

사과는 음식물이 아니라 탐구물이다.

그에게는 탐구가 곧 사랑이다.

그러나 본성에 이르지는 못하고

현상에만 머물러 있다.

끊임없이 사랑의 법칙과

공식을 탐문해 보지만

끊임없이 의문과

혼란에 사로잡힌다.

 

 

 

심안(心眼)

 

현상을 떠나 본성에 이른 눈이다.

심안을 가진 인간은 사과에 감동한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시가 보이고,

사과 속에 들어 있는 노래가 보인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사랑이 보이고,

사과 속에 들어 있는 은총이 보인다.

진정한 사랑도 심안에서 출발하고,

진정한 예술도 심안에서 출발한다.

심안을 가진 인간이야말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인간이다.

 

 

 

영안(靈眼)

 

영안의 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인간은

깨달음을 얻은 인간이다.

사과가 해탈의 결정체로 보인다.

신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과 자신의 본성과

사과의 본성이 하나로 보인다.

비로소 삼라만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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