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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인시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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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욱 [sskwins] 쪽지 캡슐

2002-10-19 ㅣ No.5007

아래의글은 오늘 한겨레 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얼마전 동네의 한 생맥주집에 동네사람들과 한 잔하러 갔는데 그 생맥주집 안에 있는 손님 모두가 TV를 향해 앉아 시청하고 있어서 무슨 축구경기 같은 중계를 하는가 했더니 바로 『야인시대』라는 연속극을 모두 보고 있더군요.

아래의 칼럼은 연속극에 심취하다 모순에 빠져버리는 우리의 가치관에 대하여 생각케합니다.

 

 

 

’정의’ 가치관 더럽히는 깡패드라마 『야인시대』

 

 

                                              박덕근 / 서울대 대학원 석사

 

 

 

요즘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특히 현실에 찌든 많은 남성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시장통에서 ’삥’을 뜯는 깡패에서 시작하여 정치깡패로 성장한 뒤 수많은 민족인사를 테러하며 인생을 마무리한 김두한을 의인으로 묘사한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동의보감’에서 묘사된 허준이 실제 역사적인 인물과 거리가 있듯이 인물 김두한에 대한 허구적 재구성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야인시대’의 경우, 그 재구성된 드라마가 제시하는 삶의 가치가 문제있는 것으로 보여 이의를 제기한다.

 

’야인새대’의 주인공은 종로 바닥의 의로운 주먹이다. 그는 하야시가 조선상인의 등을 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조선 민중을 위해 주먹을 사용하고 기생이 팔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돈을 훔친다.

또한 조선 민중에게는 절반의 자리세만 받는다. 시청자의 분을 달래주는 이 통쾌한 드라마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김두한과 하야시의 차이점은 자리세가 싸다는 것 말고는 없다. 깡패문화의 문제점은 옳고 그름이 주먹으로 판가름난다는 데 있다. 이 점은 동네 양아치가 와서 가게 주인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을 김두한이 두들겨 패고 이들에게 훈시하는 웃기는 장면에서 드러난다. 즉 강한 게 정의 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 뚜렸하지 않은 현실 정치판보다야 통쾌하지만 아주 위험한 논리다.

승자가 정의롭다는 논리를 따르면 전두환도 정의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야인시대’에서 충돌하는 두 조직은 본질적으로 같은 조직인데 연출에 의해 한 쪽은  정의의 사자가 되고 반대는 나쁜 쪽이 된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사회 정의 라는 아주 귀한 가치가 PD와 방송작가에 의해 구타당하고 똥칠되는 것을 본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것일까?

 

 마지막으로 김두한이 하야시에게 대항하는데도 일본 경찰이 그를 살려두었던 이유는 그가 아버지의 이름에 똥칠하는 부끄러운 조선인이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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