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잘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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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욱 [sskwins] 쪽지 캡슐

2002-11-09 ㅣ No.5043

아래의 글은 서울대교구 굿뉴스게시판에 11월8일 유인근님이 올리신 글을 옮겼습니다.

유인근님의 글을 읽고 홀로 계시는 저희 어머님을 생각하며 가슴이 져며옴을 느꼈습니다.

 

자정도 넘어 밤은 깊어만 갑니다. 노인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남편은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에 잠깁니다.

 

잘있거라3번아 6번은 간다….이것이 무슨뜻일까??? 이시간까지

 

아버님이 귀가 안하신걸 보면 가출하신 것이 틀림 없는 것  같긴

 

한데…왜,왜,왜…???

 

 

 

남편은 아버님의 방에 들어가 보았습니다.평소에 햇볕이 잘드는

 

방이 아니어서 그런지 자정넘은 오밤중이긴 하지만 왠지 우중충

 

하다는 느낌이 드는 방이었습니다. 이쪽벽에서 저쪽벽으로 빨랫줄이

 

쳐져 있었습니다. 빨랫줄에는 팬티 두장과 런닝셔츠두벌이 걸려

 

있었습니다.아마, 아버님것이겠지요…방한켠에는 어린딸의 옷장이

 

놓여져 있었습니다.어린딸이 이제그만 지겨워한다고 옷장을 더 예쁜것으로

 

바꿔주고 나서 아마 이 헌옷장을 아버님 몫으로 돌린 모양입니다.

 

 

 

옷장위에는 어머니의 사진이 놓여있습니다. 참으로 착하디착한 얼굴입니다.

 

상 치를때 영정으로 사용하던 사진입니다.

 

방구석에 소반이 있었습니다. 소반위에는 멸치볶음,쇠고기 장조림, 신김치등이

 

들어있는 뚜껑있는 보시기가 몇 개 있었고 마시다가 반병정도 비어있는

 

소주병이 있었습니다.

 

 

 

아,아, 아버님…아들도 있고, 며느리도 있고, 손녀딸도 있는데…아버님은

 

그동안 이골방에서 홀로 식사를 하시고 계셨던가요?

 

아,아, 아버님…며느리도 있고 세탁기도 있는데…아버님은 팬티와 런닝을

 

손수빨고 이방에서 손수 말리고 계셨던가요…..?

 

남편은 무언가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고싶은 자괴감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날이 부옇게 밝아오자 남편은 아파트주변을 샅샅이 뒤지며 혹시나 노인이

 

어디선가 밤을 지새운 흔적이 있는가 살펴 보았습니다. 그리고 파출소에

 

가서는 노인의 가출을 신고 하였습니다. 고향이장어른에게도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그러나 아버님의 종적은 찾을길이 없었습니다.

 

 

 

잘있거라 3번아, 6번은 간다….이 암호를 우선 풀어야 아버님을 찾을수 있을것 같은

 

마음에 아들은 조바심을 쳤습니다. 직장동료,상사…대학동창등….

 

현명하다는 사람은 다찾아 이암호를 풀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아무도 그 암호를

 

푸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몇날며칠이 지났습니다. 아들은 이제 부장진급이고 머고 …아무생각없고…

 

오로지 아버님 생각만 하였습니다. 어느날 저녁…술한잔에 애잔한 마음을

 

달래고 퇴근하는 길이엇습니다.

 

 

 

 - 자네 김아무개영감 자제가 아니던가?

 

아파트입구에서 어떤 영감님이 남편을 불러 세웠습니다.

 

 - 아, 예…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십니까?

 

 - 웅, 난 김영감 친굴세…군데 요즘 왜 김영감이 안뵈네….

 

글구 자넨 왜그리 안색이 안존가?

 

그래서 남편은 약간 창피하긴 했지만 아버님이 가출한 얘기를 간단히 들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감님에게 이제는 유서가 되다시피한 그 암호문을 내밀며

 

이게 도대체 무슨뜻인가 물어 보았습니다.

 

영감님은 그 쪽지를 한동안 보더니 돌려주며 말했습니다.

 

 

 

 - 흐으, 자네 이것이 무슨뜻인지 몰겠다구라?

 

이사람아, 김영감이 늘 얘기하곤 했지….우리집에서는 며느리가 젤 위고

 

두번째는 손녀딸이고 3번이 아들이라고 했지…..4번은 강아지 밍키고…

 

5번은 가정부라 했네….그리고 김영감 자신은 아무짝에도 쓸모엄눈

 

6번이라 하고는 한숨짖곤 하였지…..

 

글케 쉬운것도 자네는 풀지 못하나? 에잉…

 

 

 

아흐흐흐흑…남편은 그만 눈물을 주루루룩 흘리고 말았습니다.

 

아, 아버님 죄송합니다….어찌 아버님이 6번입니까….1번아니 0번이지요…

 

돌아서는 아들의 등뒤로 영감님이 한마디 했습니다.

 

 - 고향엔 면목없고 창피해서 아니가셨을 거여….

 

집근처에도 없슬거고…

 

내일부터 서울역 지하철부터 찾아보자구… 내 함께 가줌세…

 

 

 

 

 

...아버지 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몇번입니까?

 

...아버님을 모시고 있는 아버지여러분...당신은 몇번이며 당신의 아버님은

 

   몇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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