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퍼온글] 고마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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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johnlee74] 쪽지 캡슐

1999-12-06 ㅣ No.2411

아래의 실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과는 무관합니다.

우리가 아는 그 인물은 무식하게도 공군을 자청하여 만져보겠다는 비행기 꼬리도 구경못하고 공군 유일의 포병보대에 배치받아 죽어라 30개월동안 얼음물에 걸레만 씻은 대한민국 남아입니다.   

 

 

 

 

 

 

 

 

 

 

 

내가 군대 있을때인데...

훈련소 퇴소식때였습니다.

퇴소식은 부모 친구들을 잠깐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 했습

니다.

전 군대를 여자친구에게 간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다리겠다는 말을 듣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웬지 그러는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물론 퇴소식에는 부모님도 오고 친구도 왔습니다.

근데...

너무도 반가워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즈막히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것

입니다.

 

"태윤아"

 

저는 무심결에 놀라서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거기엔 그녀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눈물을 참으려고 찡그리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을 보여

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였습니다.

 

뭔가 마음에서 울컥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건 그리움이었습니다.

 

제 친구가 제 얘기를 몰래 했다고 눈치를 주었습니다.

넘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드문 언덕으로 갔습니다.

안부를 묻고 나를 걱정하며 힘내라는 그녀...

그리고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잘 견딜 수 있을거야.."

 

그리고는 그녀는 황급히 뛰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 선물을 뜯었습니다.

 

거기에는 브레지어와 함께 쪽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 태윤아...누가 그러는데...

남자들은 군대에 오면은 포복이라는 걸 한다며...근데 애인

이 하던 속옷을...

무릎과 팔목에 하면은 그거 할때 하나도 안아프고 제대할때

까지 행운이 온데...

건강해야해... "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훈련병으로서는 끝난 훈련인 포복을 되뇌이면서 생각 했습니다.

 

" 난 방위라서 이제 이런 훈련 받을 일 없는디..."

 

전 그날....

제가 방위 갔다고 말해 주지 않은 친구들이 너무 미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넘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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