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회성당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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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노] 어머니 당신을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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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1-27 ㅣ No.1245
어머니, 당신을 두고
어머니, 당신을 두고 돌아오면서 마음 한군데 굵은 쇠밧줄로 묶어 놓은듯이 자꾸만 당신께로 끌려가 집으로 오는 도중 내내 서글펐습니다.
사위어깨 한번씩 두드려주시고 외손녀들 머리 몇번이고 쓰다듬어 주시며 소매끝으로 눈물 훔치던 그 모습은 돌아오는 내내 발길에 채이며 가슴을 옭죄였습니다.
평생소원이던 손자도 보았겠다 오매불망하던 아들내외랑 같이 살겠다 이젠 아무 걱정없을거라고 편한대로 생각을 하면서 당신에 대한 염려를 거두어 들였더랬습니다.
칠십평생 단 한발자국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고향땅을 떠나 말로만 듣던 경상도 땅으로 떠나시던 날에는 이젠 당신에 대한 걱정들을 내 가슴에서 지우겠노라고 편안한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몇달 사이에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과 윤기가 사라져버린 마른잎같은 얼굴은 그져 스치기만 해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질것만 같았습니다.
속으로 쌓인 서러움들을 딸에게나마 위로 받고자 말을 풀어놓으면 야속한 딸년은 ’내 앞에서 며느리 흉보지 마라’ 핀잔을 주면서 어른인 엄마가 참고 며느리를 딸같이 대해 주라고만 쏘아붙여서 머무는 동안 내내 당신은 딸 눈치만 살폈습니다.
초행길을 무려 열시간이나 헤메면서 찾아간 당신의 집에는 사람사는 온기라던가 화목한 느낌같은건 찾아볼래야 찾아볼수가 없었습니다. 당신들은 그저 오갈데 없는 늙은이 처지로 방 한구석에 퀭하니 쳐 박혀서 며느리가 끓여주는 밥이나 축내는 구박덩이로 전락해 버리 고, 말이 너무 없어서 순진해 보였던 당신의 며느리는 발톱을 세 우고 십오년이나 손위인 시누이 앞에서 당신에 대한 불만을 토로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도 오매불망하던 아들은 당신 말한마디에 일일이 대 꾸를 하며 투덜거리기만 했고, 불손하기만한 그들의 행태를 보면 서도 행여나 당신께 누가 될까봐 함부로 탓하지 못했던 이내마음 은 천길 벼랑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아득함과 비참함을 그져 가슴 에 꾹꾹 눌러 참아내야만 했습니다.
당신을 내 차에 태워 미련없이 그곳을 떠날수만 있는 처지라면 철 부지 동생내외를 원없이 질타해 주기라도 하련만 그래도 당신께 의식주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몇마디 타이름으로 그 모든 화를 진정시킬 수 밖에 없었답니다.
가시밭 같은 당신의 손에 지폐 몇장 쥐어주면서 다음에 찾아뵐때 까지 잘 지내시라고, 병치레 하지 말고 건강만 하시라고 말을 하 면서 괜한 서러움에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나....니네 집에 가고 싶다. 거서 살면 좋을텐데... 말끝을 흐리시던 당신의 모습은 다시금 내 가슴에 내려앉는 무거 운 짐입니다. 아물었던 상처를 긁어 그 위에 소금을 뿌리는 날카 로운 아픔입니다.
칠십평생 자식들만 바라보고 사셨던 당신... 서방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다시며 가끔 한탄을 하시던 그 말씀 이 오늘처럼 비수가 되어 박히기는 처음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저는 방 한칸 마련하지 못합니다. 당신을 위하여 오래도록 따뜻한 밥상 마련하지 못하고 당신을 위하여 하물며 꾸준하게 빈통장을 채워주지 못합니다. 이런 저를 용서하여 주세요.
어머니, 당신을 두고 돌아오면서 굽이굽이 죽령고갯길에 뿌린 눈물은 방울마다 가시가 되어 내 심장에 박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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