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오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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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꿈에 나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에 서 있었다.
잠들기 전에 들었던 장엄한 그레고리안 성가 때문이었는지 꿈속에서의
내 표정은 자뭇 비장했다.
신용의 한도액이래야 미화 몇천불 정도인 카드 한장을 들고 나서는 것이
현실세계의 나와 별차이가 없었다.
도무지 버려지지 않는 미련에 대한 내 나름의 처방이 떠나는 것이었을까...
누가 가방까지 싸준대도 의사소통 문제에 겁을 먹고 주저앉을 나라면 내가
가고자하는 곳은 제주도 쯤이나 되었을까...
아니 한달이라도 버텨보려면 대륙에 골고루 흩어진 사촌들 정도는 총 동원이
되야겠지...
눈물을 펑펑 쏟아도 흉이 되지않을 핑계하나만 찾게 된다면 좋겠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야 하는 날이지만 십사처를 돌다가 눈물을 흘린대도 그것이
깊은 신앙심이 아닌 '어찌하오리까?'하는 투정일 것이기에 많이 망설여지기만 한다.
이 소심함은 도무지 이 한가지를 놓지 못하니 그것도 기막히는데다가 누가 다시 묻는다면
홀랑 쏟아내고 말까 또 겁을 내니 요즘처럼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모처럼만의 일인듯 싶다.
무얼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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