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성당 게시판
천사와 사는 기분 |
---|
찬미예수님,
드디어 지난 며칠동안 제 온 신경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던 일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일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결전의 날을 넘기고 보니 이처럼 여유로운 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요즘 두 아기천사와 지냅니다.
세상에 태어난지 이제 13일째가 되는 셋째 조카와 그 형인 세살배기가 집에 와 있거든요.
글쎄, 친조카가 있어서 신생아를 보면서 느끼게되는 생명의 신비를 경험하신
분들은 제 이런 가슴 벅찬 소감에 동의하실 수도 있으실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좀 어렵겠지요.
엄마와 연결되어 있던 생명줄인 탯줄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이맘때의 아기는
목욕시킬 때는 나른한 표정을 짓고 배고프면 정신없이 울어제끼고 배가 부르면
잠 드는 것이 전부지요.
하지만 아직은 어른거리는 것만을 느낄 수 있는 시력을 가지고도 무언가 유심히
보고 있거나 꿈을 꾸는듯 울다가 웃다가 할 때는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저는 그저 이모일 뿐이지만 손가락 발가락 모두 열개씩 가지고 태어난 것도 감사하고
예쁘게 생긴 것도 감사하고 잘 먹는 것을 보아도 감사합니다.
세상에 어느 값비싼 보석도 낼 수 없는 광채를 지닌 까만 눈동자를 보면서도
너무나 예뻐서 진저리가 쳐지는데 고 녀석이 언제 이모라고 다정하게 불러줄지
기다려집니다.
말로는 자식에 대한 소유권은 존재와 재롱으로 즐거움을 주는 일곱살까지만 유효한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며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지만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그 욕심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손주 때문에 앉을 틈 없이 바쁜 엄마시지만 예전에는 줄줄이 다섯이나 되는
우리를 먹이고 입히느라 고생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존경스럽습니다.
모두들 효도 합시다.
오늘도 이런 다짐을 하지만 어리석은 이 못난이는 이런 기특한 다짐을 퇴근할 때
서랍에 넣어두고 가는지 집에 가면 다른 모습이 됩니다. --;;
어쨌거나 저는 두 천사와 사는 행복함으로 당분간 우울도 접어두고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