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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뿌리이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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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marco1998] 쪽지 캡슐

2011-01-05 ㅣ No.7307

 

사랑의 뿌리이신 아버지

저는 지난 해 아주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제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단 둘이 일 년을 산 것입니다.

저는 아버지와 살면서 아버지가 해 주시는 밥을 먹고,

아버지가 빨래 해 주신 옷을 입고, 아버지가 청소해 주신 깨끗한 방에서 살았습니다.

저는 날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며, 등이 굽으신 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대체로 네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왕이면서 동시에 전사로서의 모습과 친구로서의 모습,

인도자로서의 모습과 파견자로서의 모습입니다. 아버지는 집안의 왕입니다.

그는 집안의 통치자로서 가정을 지키고 이끌어 갑니다.

또한 아버지는 자녀들의 친구입니다.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은 자녀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즐거움의 원천이 되며, 사랑의 뿌리가 됩니다.

집안에 큰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버지와 의견을 나누고,

놀이를 함께하며 그 속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정한 아버지를 둔 자녀들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공부도 잘하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버지는 가정의 인도자입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그대로 자녀들의 본보기가 됩니다.

자녀들은 시키지 않아도 아버지의 모습과 행동을 본받고 아버지를 따라하게 됩니다.

또한 아버지는 파견자입니다. 자녀들을 품에 안고 기르고 양육하다가

때가 되면 자녀들을 파견합니다.

그는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충전시켜 때가 되면 자식을 세상에 내어 놓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새 삶을 준비하는 사람이고 새 가정으로 자녀를 파견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들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파견하기도 하며

하느님의 창조사업과 발전을 위해

자신의 아들과 딸을 한 가정의 아버지요 어머니로 파견합니다.

그러니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예로운 자리이며

어머니와 더불어 사랑의 샘이요 뿌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아버지와 함께한 날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은 시간도 많지 않았고,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잠을 잔적도 어린 시절 외에는 거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품꾼으로 일하시며 언제나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셨습니다.

늘 가난하고 고달픈 인생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장성하고 나니

그 때는 내가 밖으로 돌아다니게 되어 아버지와 함께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신학교에 입학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부터

아버지와 나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동안 아버지는 늘 소외되어 있었고,

나는 아버지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습니다.


또한 아버지는 늘 나에게 무섭고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아버지는 자주 취해있었고, 피로에 절어 있었으며 고집불통 벽창호였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고 가난하고 초라한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일 년 동안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아버지를 새로 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제관에서 밥을 아버지와 함께 먹으면 내가 밥 먹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 하시고,

아버지가 해 주신 깨끗한 옷을 입으면 기뻐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도 참 행복했습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무슨 큰 사죄라도 하시는 듯이 그렇게 사셨습니다.

아버지는 나에게 사랑한다고 한 말씀 안 하셨지만

아버지의 몸짓은 말 그대로 사랑고백이었습니다.

그동안 못해 주신 사랑을 일 년 동안 나에게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아들들이 아무 준비 없이 아버지가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들들은 자기 아버지를 그대로 모방하여 따라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아버지가 진정한 아버지인지 아버지로 살아가면서도 대부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왜곡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과 봉사를 일 년 동안 그대로 받았고, 누렸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이고 효도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우리 아버지는 무척 서운해 하셨을 뿐만 아니라

평생 한으로, 아니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나도 아버지를 본받아 사랑하는 아내에게, 그리고 내 자식들에게,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분명히 집안의 가장이고 인도자이며,

가정을 지키는 전사로서의 모습을 갖추어야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인간적이며

소외된 약자이기도 합니다.

그가 늙어 허리가 구부러지고 초라하게 되면

그때야말로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고 안아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도 자신의 사랑을 자녀들에게 남기고 싶어합니다.

자녀들이 당신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것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남기고 이어져야하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그 부름말이 어찌나 정겹고 감사한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언제나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이제는 아버지를 언제나 안아드리고,

나도 당신 품에 언제나 안겨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고백 할 수 있습니다.

 

 

이글은 수원교구 송현성당 김봉기 마태오신부님(닉네임: 송현 마스터)께서

다음 카페[사제 성인 말씀]게시판에 그 아버님에 대한 글을 올리셨습니다.

이 세상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적나라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http://cafe.daum.net/gloryyou/23J/2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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