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가지고 있는 모순은 역사 안에서 변함없이 그 맥을 유지해 왔다. 물론 모양새는 정도 차이가 있고 다양화되고 있지만 사실 그 본질은 사람의 마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수많은 모순 중 하나를 꺼내 나누어 보고자 한다. 노랗게 잘 익은 귤 하나를 떠올려본다. 잘 익은 귤을 보면 새콤달콤한 맛을 연상하게 되고 식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귤 껍질을 벗겨 그 알맹이를 즐긴다. 이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과거나 현재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알맹이와 껍데기가 바뀌어 대접을 받는 듯한 인상,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비판하신다. 사실 이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따라 자기들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면 무엇을 질타받고 있는 것인가? 알맹이보다는 껍데기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은 아닐까? 물론 껍질도, 옷도, 형식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실로 중요한 것은 알맹이고 몸이고 내용이 아닐까? 기도를 하는 데 중요한 것은 기도인데 왜 주변의 것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선택해야 할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반드시 우선적인 것과 차선적인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알맹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껍데기의 역할은 알맹이를 보호하고 표현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의 삶 안에는 주객이 전도되어 정말 구해야 할 것보다는 껍데기에 힘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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