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선을 행하되 낙심지 말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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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숙 [kisukkim] 쪽지 캡슐

2000-08-28 ㅣ No.1019

잠결에 굵은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몇 일전 일어난 일들이 꿈이길 바라며 다시 아침을 기다렸다.

2년전에 20년이 넘게 간직한 믿음과 앞으로 살아가야 될 나의 삶을 고민하던 중 산을 찾았다.백련산,안산 하루도 빠짐없이 산을 오르며 한가한 나만의 시간을 보내던 중 여느 때와 같이 함께 동행 할 그녀의 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대문 옆에 할머니 한 분이 남루한 옷에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나를 시선 잃은 듯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 그녀에게 물었더니 가끔 아침되면 저렇게 대문 앞에 앉아 계신다고 한다.

무엇을 드리고 싶어도 버릇이 될 까봐 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산에 오르려고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게 돈을 빌려서 밖으로 나갔다.

초라한 모습을 보자니 내 엄마를 본 듯 가슴이 져며왔다.돈을 건네며 집이 어디시냐고 물었고,아침은 굶지 말라며 돈을 손에 쥐어 주었더니 사양하시는 것을 친정 엄마가 생각나서

그렇다고 하며 눈물을 흘렸더니 한참을 내 손을 잡고 계셨다.

그리고 난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저번 목요일 날 저녁준비를 하느라 바쁜 시간에 아이가 전화를 받았고,어떤 할머니라고 하였다.처음엔 잘못 걸렸다고 했더니 다시 한 번 전화에 옛날 이야기를 하시며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하시며 지금 당장 나오라고 하셨다. 얼덜결에 알았다고 하며 옛날 일을 더듬으며 그녀의 집으로 갔다. 왜냐면 할머니 얼굴을 난 기억 할 수없기 때문이고 혹시,

말씀데로 그녀에게 내 주소와 전화 번호를 알으셨는지 확인이 필요했기에.......

그녀는 낮에 보았기 때문에 할머니를 금방 알아보고 내게 손짖을 했다.

먼저 나오셔서 집에다가 다시 한 번 전화하시고 오는 길이라고 하시며 나를 알아 본 듯

걸어오시는 모습이 멋쟁이 머리에 진한 입술까지 칠하시고 약간 굽은 듯한 허리에 7부 바지를 멋드러지게 입으셨다.난 웃음이 났다 그리고 할머니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말씀이 그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여서 날마다 거리를 쏘다니셨고,그리고 나를 만나  뒤 우습게도 교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 하신다는 것이다.

난 계속 웃었다.그리고 마음이 기뻤다.

할머니는 그녀를 먼저 가라고 하시더니 구겨진 봉투에서 친정 엄마 드리라고 바지와 요상한 윗 도리에 일본쨰 내 화장품까지 꺼내 놓으시며 지내 오신 일과 늘 나를 기억했다고 하셨다. 주변머리 없는 난 웃으며 길에서 집으로 모셔야 할지를 걱정하며

있는데 얘기가 대충 끝나셨는지 할말이 있다고 하셨다. 차비를 달라는 거였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서 다시 한 번 물었더니 갈 차비가 없어서 그러니 돈이 없으면 집에 가서 가지고 오면 기다리고 계시겠다는 말씀이셨다.아님 그녀에게 빌려 오라는 애기셨다.

머리는 마비되고 몸은 누구에게 맞은 것처럼 꼼짝 할 수없었고, 등 뒤에다 악담을 들으며 난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한 발 디디며 `빨리가서 밥 먹고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왔다.그리고 새벽에 그 모습 하나 하나가 기억 날 때 `선을 행하되 낙심지 말찌니’라는 말씀으로 저린 마음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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