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마음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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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somi] 쪽지 캡슐

2002-01-09 ㅣ No.9082

 

오늘 딸 방에서 같이 기거하고 있던 녀석을 찾아내었다.

 

그것도 20일이 넘게 우리가족 아무도 모르게

 

몰래 몰래 음식을 먹여가며 식구들 모두 외출 갈때도

 

언제나 집에 있겠다고 우기는 딸을 사춘기거니 여겼다.

 

그놈은 바로 "쥐새끼"였다.

 

딸의 말을 빌자면 "팬더마우스"라나

 

얼마전부터 한겨울에 쌀벌레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잡아도 잡아도 하루에 여러마리가 나타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벌레가 나오는 곳은 딸방이었다.

 

며칠전 청소를 하다가 서랍을 열어보니 햄스터 먹이가 있는 것이었다.

 

재 작년 여름에 키우던 녀석을 없애고(남들에게 주었다.)

 

먹이도 치웠는데 어디서 났을까 생각만했다.

 

그냥 버리자니 친구 것이라고 하면 어떻하나 생각되어서

 

어제는 날라다니는 벌레를 잡으며 해바라기씨가 서랍에 있던데

 

그것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닌가 되물었다.(나중에 딸 말이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이 서랍을 빼서 나와 빨리 버리라고 했다.(자세히 보지 않았다.)

 

딸이 황급히 치웠다. 나머지  먹이는 멀쩡하다며 햄스터 키우는 친구에게 주라고 했다.

 

재 작년에 딸이 서랍하나에  햄스터를 서너마리나 키우다가

 

책상하나를 다 버린 적이 있었기에 다시는 그런 짓 말라며 이모가 놀러 왔으니

 

이만큼 야단치고 만다며 그만 두었다.

 

 

사건은 오늘 일어났다.

 

잠깐 자다가 레지오 간다며 조용한 딸방에 들어갔던 그이가

 

이것이 무엇이냐고 들고 나왔다.소리를 버럭지르며

 

놀랍게도 햄스터였다.

 

잘려고 누우려는 데 침대위를 무언가 기어다니는 것이 있더란다.인형사이로....

 

’아빠 버리지 마요. 키우게 해주세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우리들 몰래

 

작은 휴지통에옮겨서 숨겨두었다가 탈출 한 것을 그이가 발견한것이다.

 

우리는 모두 너무 놀랐다.선물로 받은 햄스터 2마리를 키우다가 한마리는 친구에게 주고

 

한마리만 남았다는 것이다. 말이 더 걸작이다. 들킬까봐 목욕도 제대로 못 씻기고

 

먹이도 해바라기 씨만 주었다며 불쌍해 죽겠다는 것이었고

 

이제는 들켰으니 마음껏 만져보고 같이 시간도 보내겠다는 것이다.

 

엄마때문에 제대로 만져 보지도 못했어요.

 

한달 전에 햄스터 통을 청소하던 딸이 생각났다.

 

햄스터 키울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했지요.

 

 여름에 냄새도 많이 나고 새끼를 낳기 시작하니 처치 곤란이었어요.

 

밤에는 싸워서 시끄럽고, 방안을 기어다니고, 구석에 들어가 있던 것을 먹이로 유인해서

 

찾은 적도 있고, 한마리만 죽으면 울고, 묻고 야단이니....

 

저는 안 먹어도 햄스터 좋아하는 야채는 챙겨서 사다놓게 하고

 

너무 심하게 못키우게 한 것은 사실입니다.

 

말 안들어서 혼내도 눈깜짝 안하던 딸이 햄스터 버린다고 하면

 

들을 정도였는데.....

 

 남편 왈 짢해라.얼마나 마음을 졸이면서 살았을꼬?

 

엄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방도 못비우고

 

소리나면 안되니까 수시로 들여다보고.....

 

이제는 속이 다 시원하다고 일기에 썼던 딸

 

 한마리를 친구에게 주고나니 좀 안심이 되더라는 그 귀절이 떠 올랐고

 

들킬까봐 전전긍긍했을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가 무슨 독립운동하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야멸차지만 마음이 부드럽고 따뜻한 딸이 오늘 밤에 잠을 편안하게

 

잘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납니다.

 

내가 엄마임은 분명한데 모양만 엄마인가 봅니다.

 

문을 잘 잠궈서 열라고 하면 옷 갈아 입는 다고해서

 

너는 무슨 옷을 그리 오래 갈아 입느냐고 호통을 치고 사춘기라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인줄 알았습니다.

 

관심 부족인 것 인정합니다.

 

그래도 동물을 사랑하는 딸이 대견합니다.

 

저는 동물을 별루 안 좋아하거든요. 개나 고양이 같은 것도....

 

나 같은 사람과 사는 딸이 갑자기 불쌍해요.

 

큰통에 옮겨서 키우라고 하니 얼굴이 환해지고 ’하무야 이사가자 큰 집으로’

 

고생많았지. 이제는 톱밥도 자주 갈아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줄께’

 

엄마 얘 야채 좀 줘야돼. 영양실조 되겠어.’

 

 

딸이 자고 있는 방을 들여다 보던 남편이 "천사가 자고 있네"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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