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비타] 들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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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01-28 ㅣ No.98

 

●들 꽃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 바람으로 지리라.

누군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 맡아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매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꽃잎은 더욱 붉다.

하늘 아래 있어 아침 이슬 받고

땅의 심장에 뿌리 박아 숨을 쉬니

더 이상 무엇을 바라리오.

빈들에 꽃이 피는 것은

보아주는 이 없어도 넉넉하게 피는 것은

한평생 홀로 견딘 이 아픔의 비밀로

미련없는 까만 씨앗 하나 남기려 함이라고

불어가는 바람편에 말을 전하리라.

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피었다 지리라.

끝내 이름없는 들꽃으로 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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