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푼글] 법정 스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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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 -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예불하고 점점 맑아오는 창 앞에 허리를 펴고 마주앉아 있는 이 투명한 시간을 나는 즐기고 싶다.
차가운 개울물 소리에 실려 어김없이 쏙독새가 ’쏙독 쏙독 쏙독’하고 집 뒤에서 한참을 울어댄다. 달밤이나 새벽에 많이 우는 쏙독새를 일명 머슴새라고도 하는데, 부지런한 이 새의 생태로 봐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시간 거리에는 그 전날 사람들이 어지러놓은 자리를 묵묵히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거룩한 움직임이 있다. 또 시장에는 새벽장을 여는 부지런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는 밤잠을 자지않고 밤새워 짐을 나르는 화물차의 행렬이 있다. 이와 같은 새벽 풍경은 곁에서 바라보기에도 뿌듯하고 든든하다. 활기찬 생명력이 이웃에게까지 번져오는 것 같다.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새벽에 깨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