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푼글] 법정 스님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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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 [case] 쪽지 캡슐

2000-10-26 ㅣ No.2154

- 법정 스님 -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예불하고        

점점 맑아오는 창 앞에 허리를 펴고       

마주앉아 있는 이 투명한 시간을

나는 즐기고 싶다.        

 

차가운 개울물 소리에 실려

어김없이 쏙독새가 ’쏙독 쏙독 쏙독’하고 집 뒤에서 한참을 울어댄다.

달밤이나 새벽에 많이 우는 쏙독새를 일명 머슴새라고도 하는데,

부지런한 이 새의 생태로 봐서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이시간 거리에는 그 전날 사람들이 어지러놓은 자리를

묵묵히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의 거룩한 움직임이 있다.

또 시장에는 새벽장을 여는 부지런한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는 밤잠을 자지않고 밤새워 짐을 나르는 화물차의 행렬이 있다.

이와 같은 새벽 풍경은 곁에서 바라보기에도 뿌듯하고 든든하다.

활기찬 생명력이 이웃에게까지 번져오는 것 같다.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새벽에 깨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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