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인 것을 (부끄러운 고백 제7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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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5-07-05 ㅣ No.5588

지역의 총무를 하면서

형제들에게 위의 책(교부들의 신앙)들을 읽어 보기를 권하고,

공금(?)으로 책을 사서 한 권씩 나눠주기도 하였고,

대부를 설 때면

반드시 교부들의 신앙을 선물로 사주곤 하였었지요.

그렇게 형제 모임에 발을 들여놓고 레지오를 하면서,

약 1년정도의 시간이 흐를즈음

지역장님께서  "이사를 가야 한다"며

지역장을 맡아줄 것을 권하시기에

 

"저는 아직도 마음의 준비도 안 되었고,

그만한 역량도 없고,

기타 등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한사코 거절하여

 

다른 형제님이 지역장을 맡게 되었고,

저는 그대로 총무를 맡아서 지역 일을 보았는데

다시 1년이 되자,

 

지역장님께서 이사를 간다는 것이었지요.

내심 '0지역장을 맡으면

그 다음은 이사 가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구나' 생각하며

새로운 지역장을 뽑아야 했으나

모여 있는 형제들 모두가

온갖 핑계를 대면서 자기는 적임자가 아니라며 거절 하였고,

 

심지어 지역장을 시키면 이사를 가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는 형제들 앞에서 저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지요.

후에 안 일이지만 전임 지역장들께서 바쁘다며 모임에 잘 나오지 않았던 것은

그분들의 사업을 위해서 바쁘기도 하였지만,

 

내심으로는 저를 빨리 키워서(?) 지역장을 맡기려고

일부러 그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쓴 웃음을 짓기도 하였었지요.

 

신앙생활이 척박한 땅에 살았던 관계로 유아세례를 받고,

초등학교 때는 약 이십리를 걸어서 성당을 다녔는데

그것도 일년에 세 번

성탄절, 부활절, 성모승천 대축일, 그야말로 발바닥 신자 수준도 아니었지만

선친은 공소회장을 하시면서

주일날은 가족과 함께 기도하시려고 애쓰시던 시절이 있었고

중학교 때부터는 객지로 나가 유학을 했으니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결혼 후에 성당 가까이 살게 되었고 

33년 만에 견진성사를 받은 몸이니
나이 30대 중반이 되도록

성당에서 제대로된 활동 하나 못하며 살아온 지난 날들이

버거운 짐이 되었고

예수님은 33세에 온 인류를 구원하셨건만 나는 무엇인가?라는 깊은 회의에 빠졌고,

 

이 참에 한 번 해봐?

라는 생각이 들어서 간곡한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않자,

우여곡절 끝에 박수로 지역장 선임은 통과 되었고,

두 번째 일을 저질러 버렸지요.

 

집에 돌아와 루시아에게 '지역장 맡았다'고 전하자,

반대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열심히 봉사하세요.

하느님은 공짜가 없으신 분이라 열심히 봉사하면

나머지는 보너스로 듬뿍듬뿍 채워주신다"고 하기에

 

속으로는 '어 이것봐라 결혼하여 세례를 받은 사람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신자인 나에게 설교(?)를 하네'?라고 생각하면서

"꼴지가 일등이 되고 일등이 꼴찌가 된다"는 성서 말씀을 떠올리기도 하였습니다.

 

소공동체가 초창기였던 시절이기에,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몰라

천방지축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형제들을 모았고,

 

본당 체육대회때에는

처음 나오는 형제들을 특별히 모셔서 막걸리를 따라주며

모임에 나올 것을 권유하고,

레지오 입단을 시키는 등

나름대로 수줍어하는 형제들에게(성당일을 하면서 느꼈지만 자매님들보다 형제님들이 의외로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을 알게 되었음) 접근하여,

 

친교를 우선으로 하면서 성지순례도 다녀오고, 지역식구들 부부와 아이들까지 데리고 피정도 다니고, 심지어 멍멍이를 잡아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포천의 계곡으로 야유회도 다니면서 술도 엄청 먹게 되었지요.

당시는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부끄러움도 자존심도 없었고 그냥 좋아서 하는 일,

비록 넓은 평수의 아파트는 아니었지만

서민들이 오순도순 살기에는 좋았던 동네에서

주말이면 우리 집으로 형제자매들이 몰려와 맛있는 것도 해서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고,

어느집에 귀한 음식이 있다면 서로 초청하여 함께 나누기도 하였지요.

그냥 넘어가는 주말은 허전한(?) 주말이었지요.
덕분에 루시아는 많은 날들을 음식을 차리고 설거지를 해야했지만, 늘 웃으면서 대해주었던 것들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서야 고맙게 생각되는군요.

 

8탄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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