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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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systemjean] 쪽지 캡슐

1999-12-13 ㅣ No.2526

정말 많이 추워졌죠...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새천년도 다가오고...

저처럼 솔로로 겨울을 지내야하는 사람에겐 더욱더 춥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위로하는 뜻에서 시 한편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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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경루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 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방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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