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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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진 [fromrahel] 쪽지 캡슐

2002-06-24 ㅣ No.1355

오기

 

손자. 오기 열전 중에서..

 

손무, 손빈, 오기 세사람은 춘추전국시대의 저명한 군사가인 동시에 병법가로서, 그들의 저작은 후세까지 전해진다. 조조가 주석을 달아 유명해진 손무의 병법은 일명 <손자>13편으로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병서일 뿐 아니라, 정교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등으로 유명하여 세계군사학에 있어 중요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오자>병법은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과 안목을 바탕으로 하여 용병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지기를 싫어하고 자기 고집이 센 나머지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았던 오기는 어찌보면 단순한 고집에서 시작했지만 그것을 원동력으로 결국 목표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머니에게 재상이나 장군감이 되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떠나 증자 밑에서 공부를 하던 중에 모친상을 당하였지만 안중에도 없자 스승에게 쫓겨나고 순수학문이 아병법을 공부하기로 결심하고 무술을 익혀 장군감이 된다. 예쁜 아내도 얻었지만 진로에 방해가 되자 부인을 죽이면서까지 상사에게 충성을 맹세하지만 오기의 잔인함에 모두 치를 떤다. 다른 나라 군대로 계속 옮겨가며 승승장부하지만 마지막에 결국 황제 두터운 신임을 질투한 왕족들이 오기를 죽이려 하자 죽은 황제의 시체 위에 누워버린다. 황제의 시신에 활을 쏘게 함으로써 그 가문 (초나라 70여가문의 500여명을) 모두 멸족시키면서 죽는다. 죽을때 죽더라도 복수를 하고 죽는 오기...

 

효를 알지 못하고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없었던 오기에게 그 고집이란 생존의 욕구이자 무기처럼 보여진다. 오기라는 이름 속에는 이미 수많은 경쟁 속에 살아가는 ’운명’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과장된 설정 같기도 하지만 이 모든 윤리를 지키기에 앞서 ’나’라고 하는 존재의 이유를 확실히 하고자 하는 - 정체성에 대한 갈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단순한 배짱이나 고집만으로 ’오기’라 표현함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오기’라는 말 자체는 어떠한 가능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념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것자체로 끝나기 보다는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게 되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것이라 표현하고싶다. 이 이야기에서 끈질긴 근성으로 결국 자신에게 맞는 삶을 개척해 나가는 오기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오기 스스로가 그 한계에 몸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죽게 되는 순간까지도 명예, 자존심을 추구하여 시체 위에 눕는 모습은 정말 처절하기 그지 없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오기라는 말은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한다. 무엇을 향하여 달릴 것인지에 대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헛된 욕망으로 시작된 고집이 얼마나 무의미 한 것인지, 삶을 얼마나 더 허무하게 만드는지를 깨닫게 한다.

 

좀 다르지만 교회에서 말하는 ’예수’라는 인물의 태도와 사뭇 대조되는 오기의 삶은 너무나 뚜렷한 차이의 결과를 보여준다. 경쟁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지만 ’나’의 존재를 사람들 속에 둘 것인지, 그 밖에 둘 것인지에  따라서 그 가치가 평가되는 걸 보면 말이다. 이 이야기는 분명히 말하고 있다. 삶에 원동력이 되는 굳센 의지가 좁디 좁은 내 안의 만족을 위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얻기 힘들 것이고, 결국 스스로 소멸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예수라는 인물은 신적인 존재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세상에 ’인간’으로 왔을 때 죽음에 이르기까지 ’더불어 사랑하며 살 것’을 호소하였고 결국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에 우리는 ’인간적으로’ 선의의 굳센 의지는 하늘의 마음도 얻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죽어가는 최후의 순간에도 계책을 짜낸 뛰어난 병법가인가? 사기를 쓴 사마천은 오히려 오기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

각박하고 잔인하며 인정머리 없는 오기는 스스로 몸을 망친 셈이다.

 

도가 없는 총명함....우리는 그 도에 대한 것을 성서에서 예수님의 삶 속에서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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