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성당 게시판

마지막 추억되새기기(아이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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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창 [wkdr] 쪽지 캡슐

2000-03-03 ㅣ No.1133

음~ 이게 마지막 추억이다. 아이들에 대해서....

추억이란 자주 꺼내면 안된다. 모든 추억들은 소중한 항아리속에 담겨져 있는데

실수로 꺼냈다가 잊어버리거나 항아리가 깨지면 낭패니깐....

추억은 추억으로 만족을 해야 한다.(화랑대 빼고 ^^)

 

기억상 가장 안타까운 기억을 가져다 준 아이는 신윤수였다.

특징을 말하면 잘 울었고, 눈은 작았으며, 유난히 얼굴이 하얀

귀여운 아이였다. 98년 내가 2학년을 맡고 있었을때 당시 그 친구도

역시 2학년이었다. 말썽도 잘 부리고, 자기가 잘못해놓곤 자기가 먼저 울었던

그 친구는 역시나 그 날도 먼저 장난치고 자기가 먼저 삐졌다.

하도 그래서 난 그 친구를 남으라고 했다. 그리고 혼자만의 면담에서

’그러면 안된잖니’하며 타일렸다. 그리곤 ’다음주엔 안 그럴꺼지? 자, 약속!’

하며 달랬다. 그런데 왠일인지 윤수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고, 마냥 고집을

부렸다. 하도 그러다 내가 화가 나서 그만 알아서 하라며 집으로 보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

윤수는 그 다음날 전학을 갔다. 강원도로....

마음이 아픈 기억이었다. 전학을 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다음날 이었줄이야....

 

암튼, 그렇다.

 

교사들이 각자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에로형은 민정이를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명경이형은 지나,

재홍이는 헤폈다(?) 처음엔 조은이, 그러다가 지나, 그러다가 이름모를 아이,

제르는 안민, 안준, 효상이, 효준이등 제르 팬클럽아이들...

난 내가 맡았던 아이들 전부 좋아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형섭이 동생과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난다)방설희를 좋아했다.

지금 그 아이들이 잘 안나오는데, 어떻게 변해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성당에서 아이들이 나를 불러주는 닉네임도 또한 매우 다양했다.

당시 2학년을 대표로하는 조세화쪽 아이들은 나를 ’빨간 얼굴 아저씨’라 부른다.

아! 그리고 역시 같은 학년의 차민경과 현주일당들은 ’왕자병 아저씨’라

부른다.

우리 6학년들은 날 항상 ’요한’이라 부른다.

그리고 멋 모르는 아이들은 항상 ’아저씨’라면서 부른다.

내가 교사를 그만 두는 날 교무실에 한 유치부 아이가 왔다. 그리곤

"아저씨, 이제 고만 둬?"

그 말에 왜 눈시울이 붉어 지는지.....

암튼 주로 나에 대한 닉네임은 잘난척 아저씨였다. 아마도 그 유래는

소창하면서 오버를 했다는 점과 얼굴이 좀 아이들 기준에서 삭아 보였다는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T.T

그래도 재홍이보단 낫다. 재홍이는 당시(유X남)이라 불렸다.

 

아이들 땜시 쌍코피를 흘린적도 있다. 앞서 썼지만

박지예. 97년도 행당동에서 성가잔치 한 날 지예를 잊어 버려

재홍이, 박카누나, 에로형과 난 그 일대를 마구 돌아 다녔다.

결국 그 날 저녁 닭갈비집에서 쌍코피를 흘렸다.

지예는 당일날 못 찾았지만 다행히 어떤 아저씨의 도움으로

집에 무사히 갔다.....

 

교리하다가 화가 나서 욕을 한 적도 있었다.

97년도 3학년때 난 너무나 화가 났다. 더이상 칠판을 쳐서 집중을 시키는 것도

한계가 되었다. 그리고 그 날따라 뭔지 모를 안 좋은 일도 있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폭팔! 난 아이들에게

"야! 조용히 안 해! 이 새XX 윽!"

순간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에 담았음을 후회하는 난 뒷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아이들은 순간 놀란 듯 하더니, 아랑곳 안하고 그 사실들은 자기들 떠드는데 이용했다.

"앗! 욕했어. 오~ 선생님이 욕을 해."

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며 쩔쩔매야 했다.

 

아이들땜시 길거리에서 창피했던 적도 있다.

98년도 성지순례를 갔다 오는데 차민경과 조은이가 달라 붙었다.

그러면서 "선생님, 선생님" 이 "오빠, 오빠"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위의 모든 2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오빠라면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은이가 달라 붙으면서 하는 말

"아빠, 아빠 먹을 것 사줘."

앗! 순간 황당했지만 더욱 가슴아프게 하는건 그때 내 옆을 지나가는 여자들의

시선이었다. 이상하게 쳐다 보는 난 속으로

"아니야. 아니야. 난 총각이란 말이야. 그것도 21살이야."

아무리 늙어 보여도 이미 그녀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 졌으리라!

 

조은이는 아마도 주위 2학년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있는 듯 했다.

레크를 진행했을때에도 조은이땜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당시 교리 시작전에 레크를 하는데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을 했다. 잘 나가다가 갑자기 조은이가 일어서서 하는말

"선생님, 머리 어깨 무릎 발이 아니라, 머리 어깨 무릎 발발발 이에요."

하자, 갑자기 2학년들 동시에 큰 소리로

"머리 어깨 무릎 발발발."

하면서 나를 당혹시켰다.

 

내가 맡은 아이들의 공통점.

1. 우선 말이 많아진다.

2. 개김성이 풍부해진다.

3. 장길창 고유의 언어와 필체에 익숙해진다.

4. 주위가 산만해진다.

5. 선생을 우습게 본다.

6. 그래도 귀엽다.

 

이상 나의 아이들에 대한 기억들 끝~

나머지는 내 귀중한 항아리에 저장해야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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