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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어머니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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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염 [kd29680] 쪽지 캡슐

2006-04-12 ㅣ No.8193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귓불을 흔들 정도로 요란한 매미의 울음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자그마한 섬마을에 벙어리 어머니와 아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벙어리 어머니는 단 하나 밖에 없는 사랑스런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한 평생을 바다 속에서 미역과 톳 등을 채취하며 해녀로 살아왔습니다. 코흘리개 어린 아들은 세월이 흘러 어느 새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들은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수석으로 당당히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요즘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대학을 다니기 위해서는 어머니를 홀로 이 외딴 섬에 남겨 두고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저랑 같이 도시에 가서 살아요." "……" 아들은 도시로 함께 나가자고 어머니에게 말씀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이 섬은 고향이며 안식처였기 때문에 떠나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대학 입학식이 점점 코 앞에 다가오자 아들의 마음은 더더욱 아팠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 걸렸습니다. 더군다나 글도 모르고 수화도 모르는 벙어리였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들은 몇날 며칠동안 고민 끝에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머니께 글을 가르쳐 주겠노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머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느 저녁, 아들은 어머니의 손목을 잡아 끌어 앞에 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물 하나 하나를 가리키며 흰 도화지에다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제 손가락을 보세요. 이것 아시죠? 전화예요. 제가 도화지에다 써 볼게요. 전 - 화. 아셨죠? 전화는 이렇게 쓰는 거예요. 어머니, 이건 라디오죠? 자, 써 볼게요 라 - 디- 오. 라디오는 이렇게 쓰는 거예요." 벙어리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은 도화지에다 다른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이번엔 이름을 써볼게요. 김 - 민 - 호. 이건 제 이름이에요. 제 이름요. 참, 그리고 어머니 이름이 써볼게요. 임 - 영 - 희. 자, 자세히 보세요. 이것이 어머니 이름이에요." 벙어리 어머니는 또 환하게 웃으시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들은 도화지에다 또 다른 글자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를 써놓고 아들은 그 글자를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몰라 난처해졌습니다. 흰 도화지에 바로 ''사랑'' 이라는 글자를 썼던 것입니다. ''사랑'' 이라는 글자를 설명하기 위해 아들은 가슴에 손을 얹어 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뽀뽀하는 흉내를 내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보고 어머니는 잘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아들은 ''사랑'' 이란 단어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고 답답한 나머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왜 갑자기 우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들이 눈물을 닦아 주며 자신의 품으로 따뜻하게 안아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마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아, 내 품에 있는 아들아! 이것이 바로 사랑이란다.'' ♬ 목련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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