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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균 [maverage] 쪽지 캡슐

1999-01-07 ㅣ No.286

너희가 번개팅을 믿느냐? - story by rodman 96 오늘은.. 그녀와 만나기로 한날.. 나에게도 이런 벙개팅이 있을줄이야..우히히히.. 그녀와 난 오늘 야구장에 가기로 한것이다. 오늘 아침에 통화를 했다. 빨간색 자켓에 청바지를 입고 온다고 한다. 오~~ 놀라운 센스~~ 내 특징을 말하라길래 현주엽 닮은 젤 잘생긴 애를 찾으라고 했다. 뽀호호호.. 사직야구장 5시 30분.. 난 호준이와 함께 5시에 야구장에 도착했다. 부푼 기대에 가슴은 마구 뛰고 있었고 머릿속엔 그녀의 모습을 상상 하고 있었다. 대화명이 '샤넬'이었지.. 흐흐흐..이쁜 이름이군.. 5시 25분... 호준인 삐삐를 들으러 가고 나 혼자서 야구장 세번째 기둥에 서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내 앞에 그림자가 하나 나타나는 것이었다! 앗..왔구나.. 난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속으로 지른 비명) 웃고 있는 그 사람.. 가로로는 쌀자루요, 세로로는 똥자루였다. 그리고.. 그리고... 빨간색 자켓.. 난.. 천천히 고개를 숙여 눈을 비볐다. '하하하.. 요새 눈이 많이 나빠졌어..보라색이 빨간색으로 보이고 말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 ...... 난 하늘을 바라봤다. 눈물이 흘러내리려 했기때문이다.. '아니야..세상에 빨간자켓이 어디하나 뿐인가? 하하하~ 맞어..하하하..' 그러나.. "야~ 너 정말 현주엽닮았다." 난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최후의 작전.. 변신을 해야한다.. 에잇. 한기범으로 변신하자~ 일단 눈을 개심치레하게 뜨고 코평수를 넓혔다. 그리고 입을 째지게 열고 이마를 찌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자신이 비참해 미칠 지경이다..) 자~ 이래도 현주엽 닮았냐?? 뽀호호.. 그러나.. 멀리서 들려오는 하늘 무너지는 소리.. '주송아~~ 아직 안왔냐??' .... 전화를 걸고 오던 호준이었다. 으하하하..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 모뎀을 뽑아 버리기로 다짐하고 난 운명을 받아들였다. 매표소 앞.. 이미 표가 매진되었기를 기도 하며 매표소로 갔다. "표 다 나갔죠??" 내 질문에.. 직원이 열묶음의 표뭉치를 들어 보인다. 내가 표 사주기로 했는데 그녀가 "지정석 아니면 안본다" 고 한다. 때려 주기고 싶다. 입구.. 돌을 던져 헤드라이트를 깨 버리려다 직원한테 걸렸다. 신나게 욕먹었다. 제발 고장나 있길 기도 했다. 그러나..오늘따라 더욱 휘영~청 밝다. 경기시작 10분전.. 1루 쪽에 자리를 잡았다. 눈을 감고 비가 오기를 기도 했다. 목 뒷쪽에 비를 맞고서 만세~를 부르며 눈을 떴다. 위에 있던 양아치가 뱉은 침이었다.. 경기시작 3분전.. 그녀가 지정석이 아니라며 계속 투덜댄다. 어느새 내 손엔 콜라병이 거꾸로 들려있다. 1회초.. 불행히도 경기는 시작됐다. 옆에서 그녀가 타순을 읽어 주었다. 전광판을 터뜨려 버리고 싶다. 3회말.. 파울볼이 날아와 그녀를 맞추기를 기도 했다. 그녀의 손과 팔뚝을 보고 포기 했다. 직선으로 날아온 볼도 잡아 낼 것이 분명하다. 4회말.. 앞에서 남녀가 정답게 앉아 비싸보이는 누드김밥을 먹고 있다. 지나가는 뽀이를 불러 그녀에게 일부러 다깡과 당근만 들어있는 천원짜리 김밥을 사주었다. "주송인 너무 마음씨가 넓어~" 라며 두개를 혼자 다 먹는다. 완벽한 작전 실패다. 5회말.. 구장 정리시간.. 그녀가 라면을 사주었다. 저 배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두번째 작전으로 내 비장의 무기 '라면먹어 콧구멍으로 빼기' 를 보여줬다. 주위 사람들이 다른 자리로 옮겨 간다. 하지만..그녀는.. "어~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나도 갈켜줘~~" 두번째의 완벽한 작전 실패다. 7회초.. 오늘은 이미 포기했다. 앞으로의 후한을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자. "카악~~퉤!!" "야 이 띠바랄 노마~~ 그것도 몬치나?? 마 디지뿌라!!" "이 쌥탱아~ 공 삼키고 자살해라.." 내가 아는 모든 욕을 선보였다. 8회말.. 제발 이 경기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딱~ 만루홈런.. 마해영이다. 이미 스코어는 21-8.. 전광판 8회 칸에 더 이상 숫자가 써지지 않는다. 두자리 숫자가 써지는 전광판을 개발해야겠다. LG.. 내일 해체될것 같다. 9회초.. 이미 13점차로 승부가 났건만..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떠나지 않고 있다. 야구는 9회 투아웃 부터란다.. 호준이의 손에 들려 있는 병조각이 빛을 내뿜고 있다. 끝.. 21-8.. 핸드볼 경기를 본것같다. 신은 끝까지 날 져 버리셨다. 도대체 왜 하필 오늘 이런 스코어가 난단 말인가. 집에가서 컴퓨터 불질러 버리기로 결심하고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날이후.. 4개월동안 대화방에서 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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