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성당 장년게시판

겨울바람 같은 사람, 봄바람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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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광 [paschal] 쪽지 캡슐

2000-03-07 ㅣ No.526

겨울바람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하고 봄바람은 얼어붙은 것들을 따뜻하게 살려냅니다. 겨울바람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꽃들은 몸을 감추고 새들은 길을 떠난다. 나뭇잎도 남아 있는 잎새들을 서둘러 버립니다.

봄바람이 오는 것을 제일 먼저 아는 것은 들풀입니다. 겨울 지낸 잎사귀 속으로 푸른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언제라도 지상으로 달려나올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골짝의 얼음장 밑으로 소리소리 지르며 물줄기들이 달려나오게 하는 것도 봄바람이고 떠났던 새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봄바람이고 떠났던 새들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봄바람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가만히 보면 봄바람 같은 사람이 있고 겨울바람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여럿이 모여 사는 크고 작은 집단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에게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모임에 생기가 돌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충돌이 일어나고 언쟁이 오고가며 꽁꽁 얼어붙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채근담에 이르기를 '성질이 조금한 사람은 타는 불과 같아서 만나는 것마다 태워 버리고 은덕이 적은 사람은 얼음처럼 차가와 닥치는 것마다 반드시 죽여 버리며 마음이 막혀 고집스러운 사람은 죽은 물이나 썩은 나무와 같아서 생기가 이미 끊어져 버리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만나는 사람마다 부글부글 끊어 오르게 하거나 불꽃이 치밀어 오르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 그 조급성으로 늘 제 자신을 불태웁니다. 그가 있는 곳은 주위가 화기로 가득차 있게 됩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팽팽한 신경의 대립이 있고 불꽃이 번뜩이는 날카로운 언쟁이 오가게 됩니다.

마음이 차갑고 냉정한 사람은 언제나 제 자신을 안으로 꽁꽁 여미고 앉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곁에까지 왔다가는 주위를 빙빙 돌다 가게 됩니다. 대화도 본질까지 접근하지 못한 채 겉돌기 일쑤이고 인간관계도 서로의 울타리 밖애 두드리다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박하고 냉정한 그의 마음은 봄이 와도 초목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대지처럼 그의 삶을 얽매어 놓게 됩니다.

고집스러운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사람입니다. 사람이 유연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 인간 개개인이 알 수 있고 겪을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의 범위가 일면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고집스럽다는 것은 자기의 지식이 다른 것과 부딪혀 변화 발전 생성하기를 두려워한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는 것과 같은 이치로 그런 이의 삶은 늪이 되어 고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운이 다가가도 이미 썩고 부패하여 도무지 생기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모두들 자신의 삶의 테두리에 갇혀 사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연 속에 소우주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우주의 기운과 인간의 기질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어 화복도 운명도 이런 성정의 영향을 받습니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으며 관용할 줄 아는 마음자세 그것은 불완전하고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하지만 서로 가지고 있는 그 뷸완전한 부분에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으며 윤택하게 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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