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시] 등꽃 아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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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황폐해져버린 땅에서
때로는 눈물이
떨어지려하고
굴러 떨어지려는 눈물을 참고
한 때는 줄기줄기 즐거웠던
꿈을 찾아
오후 한나절 나른히 졸고 싶은,
이미 황폐해져버린
마음의 귀퉁이에 서서
감꽃 피듯 소식 전해 주고파
푸른 손길 사이로
주검의 빛깔 같기도 하고
아득바득 살아보겠다고
지겹게 피어 있기도 하고
그래서 그 벤치에 앉아
잠시나마 머무르고 싶은
그리움의 줄기를
줄기줄기 벌여놓고 그대는
그렇게도 멀리 있는가
그렇게 멀리서
손을 흔드는가.
-고성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