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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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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석 [lazy12] 쪽지 캡슐

2000-05-31 ㅣ No.847

제대를 앞두고 있는데도 마음은 싱숭생숭하기만 하다.

 

항상 생각했었다. 나가면 새로운 생활이 펼쳐지리라...... 하지만......

 

생각은 생각뿐이다. 모든 건 그 분의 뜻대로 돌아가는가 보다.

 

초등부 행사를 따라가고. 미사도 참석해보고. 하지만. 어쩐지 많이 달라진

 

분위기가 어색하기만 하다. 그리고 그걸 예전대로 돌릴 능력이 내게는 없는가 보다.

 

 

편지를 많이 썼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갇혀 있는 생활 속에서 나름대로 탈출구를

 

생각해 낸 묘안이긴 하지만. 그런데. 왜 모든 기억을 상실해버린 것일까. 그 시간은

 

그 시간일 뿐. 계속되는 새로운 시간에 나는 좌절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많은 시간을 교사단에서 생활한 건 아니다. 두 해 남짓한 시간. 나에게는 소중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추억을 곱씹으며 나름대로의 지루한 시간들을 이겨

 

내곤 했다. 하지만. 흘러간 시간은 흘러갈 뿐. 흘러가서 멀리. 아주 멀리 가 버린 것임을.

 

왜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들을 부정하고 사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난 그 분 곁에 한

 

치도 다가갈 수 없는 것일까. 어린 시절. 그런 생각을 하곤 했었다. 무협지에서나 나올 법

 

한 선택받은 핏줄.. 뭐 그런거.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난 티끌같은 존재일 뿐. 그 누구

 

도 티끌을 바윗돌로 바꿀 능력은 상실하고 산다는 걸 깨달았다. 먼 옛날. 사람들은 누구나

 

신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능력은 도태되고. 종국에는

 

흔해빠진 먼지같은 존재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그런 얘기가 생각이 난다. 말이 길어진다.

 

하는 말이 많으면. 쓸 말은 적다고 했다. 내가 만든 세상에 갇혀 사는 내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그리고. 그 벽을 깨부술 수 없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뭣 같은 시간들이다.

 

니..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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