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또, 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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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1-09-16 ㅣ No.2846

 

 에베레스트 산에 오른 등반가에게 물었답니다.

 

 어떻게 그 높은 곳에 오르셨습니까?

 

 너무나 간단한 그의 대답이였습니다.

 

 "그냥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갔다 왔습니다....."

 

 먼 길 가는 사람은 달리지 않는다는 말을 마음에 세기며....

 

그냥 한발 한발 걸어 올라갔다 왔다는 말을 세기며..

 

토요일 새벽 아침 5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설악산에 오르려구요.

 

이번엔 오색에서 시작하여 차가 있는 곳 다시 오색으로 내려오기로 맘을 먹고 갔지요.

 

왕년에 한다하는 가수들의 이름이 즐비한 미사리 카페 촌을 지나니 끓는

 

물을 가득 부어 김이 나는 듯한 물 안개 자욱한 양수리를 지났습니다.

 

물안개가 그리도 멋있는지요..

 

특히 기온이 낮을수록 안개는 더 깊어 겨울이면 두물머리를 비롯하여

 

사진쟁이 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고 있거든요.

 

달렸습니다.....

 

속도 감시 카메라가 있는 곳에선 덜 달리구요..

 

중간에 잠시 쉬어 커피도 한잔 마셨지요.

 

9시정도가 되니 오색 매표소에 도달 할 수가 있었습니다.

 

입구에 10월 1일부터 30일 이던가....

 

하루 450명 예약 입산을 허가함이라고 써 있더라구요.

 

자 시작입니다.

 

지난 8월 25일은 설악동 신흥사에서 시작인데 이번엔 메뉴를 좀 바꾸자고 하더라구요

 

함께 간 짝궁이...

입구에 들어서니 아직 여름을 못버린 이름모를 플 벌레의 향연이

 

있었습니다.

 

쯔쯔쯔 ...쯔쯔르르...... 어디선가 까마귀 울음소리도 들리고.......

 

문득 일본에서는 길조라는

 

말을 새기며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도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가더라구요.

 

아참 ~ 그냥 갈 수 없어서 들른 화장실 문에부쳐진 설악동 안내도를 보니

 

이 곳에서 대청봉까진 설악 폭포를 경유해 4시간 반이 걸린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가면서 내 심장의 고동소리를 내 귀로 느끼며 한 발 한발 걸었습니다.

 

가을 깊어가는 들꽃의 자태를 느끼며...

 

내 귀에 들리는 심장소리....

 

처음엔 어느 산이고 힘이들고 힘이 들지요.

 

그럼 저를 달래며 갑니다.

 

산에 왜 오르는거지??올라 갔다가 그냥 내려오고 말 길을 왜 목숨걸고 오르려 할까?

 

 

이건 우리가 사는 삶과 세계의 본질적인 수수께끼와 맞닿는게 아닐까?

 

 

산 오르기는 일종의 수도 행위가 아닐까?

 

 산에 오르는 사람, 찿는 사람은 몇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1.돈이 없어야하고

 

2.역마살이 있어야하며

 

3.산에 대한 식견이 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서 돈 많은 필부의 몫은 골프장과 룸싸롱,

 

억대 연봉을 추구하는 이시대에 사람은 돈이 없어야 고독을 알고

 

고독을 응시해야 청산이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침묵을 배울수도 할수도.....

 

이런 말도 떠올리며 갑니다.. 마냥 걷습니다.

 

그러다 그래도 명색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높다는 대청봉 봉우리 인데

 

공짜로, 거져 먹을 수는 없지 ...

 

힘이 들어야겠지하는 생각으로 혼자 피식 웃습니다.

 

몇 번을 쉼 끝에 대청봉 정상 (1.708M)에 도달하니 구름위에 우리가

 

있어 마치 목화솜으로 아래에 있는 봉우리를 덮어 놓은 모습이였습니다.

 

이런 날은 대청봉에서 몇 번 만나기 힘든 날씨라고들 하더군요.

 

멀리 금강산이 보이고 ......

 

서울과 달리 며칠전부터 비가 온후 날이 개이는 중이라고 합니다.

 

대청봉에 도달아 카메라를 안가지고 온 것을 후회를 하면서.....

 

작품사진 찍는다는 구실로 산행이 더뎌지니까 요셉이 그럼 다음부턴 산에

 

안 데리고 다닌다는 말에 카메라는 아예 두고 다니거든요.

 

한 장면만 한 컷트만 찍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데 정상에서

 

시계를 보니 1시 30분.우린 안내도에 따라 성실하게 시간을 맞추어

 

오색에서 4시간 30분 정확히 정상에 도달

한 것이였습니다.

 

다시 차가 있는 오던 길을 되돌아 갈줄 알았더니 요셉..

 

비상식량도 남았겠다 아직 해가 중천이니 우리 중청 끝청 .소청을 지나

 

회운각으로 가자고 하더군요.

 

지지난 토요일 왔던 곳을 다시 ......

 

여필종부란 단어가 괜히 나왔겠습니까..

 

"구려∼좋아∼ "

 

앞서가는 요셉이 오늘은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호옹도야  우지마라∼ 옵빠가 이이있다아∼ 아내의 나갈길을 너는

 

지켜어어라∼

 

아내의 나갈 길을 너어는 지켜어라∼

 

턴네이블 올려 논 엘피판에 바늘이 잘못 되어 자꾸 같은 소절을 씹는

 

것처럼 그 대목만 하기에

 

아∼ 바늘 빼슈 하면서 왜 그대목만 자꾸 하는지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져 남푠인 나를 따라와라.. 겠지요 뭐 더 이상 뭐가 있겠습니까..

 

다시 정상에서 한 시간 정도 내려와 회운각 에 도착을 했습니다.

 

쉼도 없이 무너미정상 이곳은 지난번에 한번 왔다 간 길이기에 눈 감고

 

가라고 해도

 

갈 수 있을 정도인데 무너미에서 공룡능선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저곳을

 

한번 가봐야지

 

하며 손을 불끈 쥐는 요셉..

 

난 다리가 떨리지만 자긴 아마 잘 갈꺼야...

 

내가 기집뇬은 잘 얻었어...

 

요리 튼튼한 여자를 얻었으니 말여.....

 

참네 ! 이왕이면 예쁜말을 쓰지 기집뇬이 뭐야잉∼ 했더니만 그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말할 때 쓰는 형용사라나..

 

내가 믿자.! 남편을 안 믿으면 누굴 믿어!!!

 

무너미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에 여자 세명에 남자 한명이 한조가 된

 

일행을 만났지요.

 

그런데 어찌나 여자 세명이 헤메는지 그러다간 해 안에 신흥사에 도착이나

 

하려는지 걱정이 내가 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그들이 내려가길 기다려도 이러다간 우리도 늦을 것 같아서

 

물찬 제비 몸매

 

150센티에 70키로지만 원더우먼처럼 날랐다는거 아닙니까..

 

뒤에서는 "옴마야!!!! 너무나 무셔워∼ 한참 시조가락 하고 있는 여자들을

 

보며 남편 요셉 왈∼ 저 남자는 복두 많다..

 

나도 저렇게 무셔워잉∼ 하는 여자데리고 산에 한번 와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ㅋㅋㅋㅋㅋ 언젠가 산에서 어떤 아저씨가 저 더러 " 아∼ 아줌마 혼자

 

가지 말구 아저씨좀

 

데불고 가요.. 하는 소리를 하더니만 ......

 

그 이후부턴 내가 정말 위험해서  " 무셔워잉∼’" 해도 장난하지마 하면 콧 방귀도 안뀐다.

 

다시 지지난주에 왔던 기억을 되살리며 우린 걸었습니다.

 

천당 폭포에 도달아 낭떠러지에 피어있는 보라색 초롱꽃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 내가 저거 따달래면 따줄수 있어??"

 

"물론이지 ∼ 말이라구해 ...따줄수 있지..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예쁜

 

것은 꺽지말구 그냥 보는거야..   

 

나 봐! 내가 자기를 보기만 하지 언제 꺽든???"

 

"아이고∼ 말이나 말았으면 ...... 그럼 내가 내 입으로

 

꺽어주슈해야해???"

 

아니 신성한 산이야기 하다 삼천포??

 

천당 폭포는 언제봐도 정말 천당이 저러리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할 정도 였답니다.

 

제 눈에는....

 

비선대로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초록이 지쳐서 생긴다는 단풍은 머리 새치 흰머리 나듯이 붉게 물들어

 

있고 역광의 단풍은

 

정말 환상적인 붉은 색..

 

다른 해 보다 일찍 단풍이 든다고 하더군요.

 

용소골.. 귀면암 문주담을 지나 비선대에 도착하였지요.

 

하루를 길게 보낸 날인 것 같았습니다.

 

 " 아∼ 그 카페 같은 예쁜 화장실이요?? " " 아주 잘 있더라구요..

 

더 이쁘게 ..."

 

 설악동에 도착하니 오후 7시... 잠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권금성에서

 

케이블카가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남은 낮의 그림자가 있음에

 

감사하지요.

 

 " 민박있어요∼ 하는 아주머니들의 말에 요셉 우린 집에 가야해요..

 

하면서 오색약수로 오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아마 양양에서 오색가는

 

버스가 끈어졌을 꺼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버스에 오르니 아침 오색약수에서 만났던 젊은 총각 5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뭐 대청봉에 3시간만에 가자며 "아자! 아자 ! 아자자!를 외쳐 이 듣는

 

아줌마 기죽게 만들더니 똑 같네 하니 자기네는 초행길이 였다며 부부가

 

이렇게 다니시니 참 보기 좋네요∼ 하더라구요..

 

"아니 요것들이 아부성 발언도 할 줄 아네....∼

 

그 총각들은 민박을 한다며 중간에 내렸는데  " 아 이 요셉도 정신이

 

잠시 나갔는지 바다가 보이는 설악동 입구에 내려야 하는데 그냥 중간에

 

내리자고 해서 내렸지 뭡니까..

 

여기서도 여필종부였지요.

 

내리고보니 이건 생판 모르는 길.

 

에고 ..... 이럴땐 아줌마 무데뽀 정신이 특효약이다.

 

가게로 뛰어가 물어보니 잘못내리고 양양으로 우선 가야 한다고합니다.

 

 참내.......

 

어서 우리 차가 있는 오색약수로 가야한다는 일념은 머리 속에 히치

 

하이크 생각이 나더라구요

 

 " 쥬와∼ 아직 건재한 나의 미모를 남푠 앞에서 보여주겠어..

 

 지나가는 에쿠우스나 그랜져 앞에서 히치하이크를 할까 하다 내 수준에

 

맞는 봉고나 트럭을 향해 힘차게 엄지 손가락을 들었습니다.

 

뒤에 선 남푠 ""이이봐∼ 시방 뭐혀어!! 택시 잡으면 되지..."

  

어느새  내 앞엔 " 달리는 백악관 같은 봉고차가 턱 서지 뭡니까..

 

아저씨 양양가는데요 했더니 거기까지는 안가도 설악동 입구 까지 간다며

 

거기서 갈아 타라고 하시더라구요.

 

" 봐 ∼ 남푠 나 이런 사람이야.....

 

뒤에 엉거추춤  서 있는 남편을 불러 어여 타라고 했지요.......

 

아저씨는 친절하게 ( 아마 날 봐서 일꺼야..) 입구까지 테워주시며 버스

 

타는 곳에 내려 주셨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전하고 봉고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는데 "

 

뭣도 자꾸하면 는다더니 나도 모르게 엄지 손가락을 들고 또 히치하이크를

 

하고 있지 뭡니까..

 

 "이번에도 아주 자신 만만하게 양양!! 했더니 트럭이 서더니 어여

 

타시죠!! 하지 뭡니까.

 

 마포댁 능력 발휘하는것 같아 아주 신났다 아닙니까..

 

 맘 좋은 아저씬 이야기 저 이야기 까지 다 들려주시며 안전하게 양양까지 태워다 주셨고

 

거기서도 제가 ? 걱정이 되셨는지...(착각이 심해요 제가 ㅋㅋㅋㅋㅋㅋ)

 

오색가는 버스가 어찌 되었냐고 그 곳 사람에게 물어까지 봐

 

주시더라구요.

 

 그런데 버스는 이미 끈겼다고합니다.

이왕 여기까지 한거 한번 더해 하고 속으로 궁리하고 있는데 요셉이 이젠 안되겠는지 택시를 잡고 오색 약수까지 얼마냐고 하니 미터되록 간다고 하더라구요..

탔습니다 ! 택시.

그런데 정말 재수 좋은 날인지 이 택시 기사가 또 설악산 홍보 맨....

오색 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게 즐겁게 설악의 모든 것을 기사 아저씨로부터 들으며 오게

되었습니다.

1

16,000원이 나오더군요.

 

 주차장에 와서 잠시 하늘을 보니 하늘은 정말 여름 하늘처럼 별이

 

무수히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유성도 보게 되었습니다.

 

설악동에선 시계가 7시 였는데 오색에 오니 8시 더군요.

 

한계령을 넘어 .....집으로 달렸습니다.

 

 중간에 잠시 휴게실에 들러 저녁을 간단히 먹고 집에 마포댁 집으로 오니

12시 8분.

 

샤워하고 .... 짐을 정리하고...

 

 이렇게 컴에 .......

 

 아침 새벽미사 후에 사목회의가 있다니 자면 못 갈 것 같아서.....

 

긴 하루.....한 것도 없이 보람된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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