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이유가 다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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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sugi] 쪽지 캡슐

2000-05-26 ㅣ No.1549

 일산으로 이사온 뒤로는 평일미사를 통 못갔다.그래도 연희동에 살때는

주중에 한번 이라도 갈수는 있었건만...그래도 어렵사리 시간을 조정하여

근처성당을 찾았는데...이~~~런, 당분간 저녁미사가 없다는 것이다.구역

별로 미사를 드리기 때문에..

 

 여차저차 하여 오랜시간 습관처럼 되어버린 수요 미사를 못 드리고 주일

만을 기다리니 참 멀기도 멀다.사랑하는 사람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

어진다는데...할 일을 잊은듯..영..불편하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것이다’ 라고 했던가? 이번주 목요일에는 연희동

으로 미사드리러 ’기필코’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원래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닌데...미사도 드리고 보고싶은 친구와 맛있는 저녁도 먹고 하느님

흉도 보면서...그러나 맘처럼 여의치가 않다.친구에게 멜을 보내 놓고는

선뜻 약속을 못하겠다.내 ’업’이 워낙 변동수가 많은지라.

 

 살면서 정말로 신바람이 날때는 길을 가다 우연히 퍼런 지폐를 주웠거나

어제처럼 계획한 일을 실행할 수 있도록 주위의 여건들이 나를위해 척척

움직여 줄 때이다.

 

 목요일엔 평균 4시간정도 일을 해야 하는데 어제는 3시간만에 일을 끝낸

것이다.처음 있는 일이다.평상시대로 하다가 정 힘들면 포기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그립던 평일미사를 드리게 되다니...마음이 그지없이 가볍다.

거기다 친구가 저녁까지 쏜단다.가고 싶어 안달하는 내 모습을 보시고

기특하다 생각하셨음인지 ’덤’ 까지 얹어주신다.

 

 그런데.........

 

 맛난저녁에 똥그래진 배를 흐뭇하게 두드리고 있으려니 그 친구 왈,

내게 서운한게 있어 이제는 연락을 끊으려 했다는 것이다.오~~~~잉?

아무리 둔하기로서니 사랑하는 친구가 내게 이런 감정을 갖고 결단을

내릴때까지 전혀 눈치를 못 채다니...건망증 또한 심해 수저놓고 돌아

서면 ’아차, 밥 먹어야지’하는 내게 전후좌우 경위를 설명하지만 이를

어째..."전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이니...또 한번 내 존재 자체가

’짐’이되는 순간이다.

 

 우리집은 아버지와 제일 큰 오빠만 빼면 여자만 여덟명이다.엄마,새언니

그리고 다섯명의 언니들...끝으로 ’나’...요즘세상에 ’막내’라하면 미운짓

을해도 귀여울수 있고,밖에서 욕을 배워와도 무엇이건 한번 들으면 절대

안 잊어버리는 ’천재’로 둔갑하지만 이미 숨쉬는 생명, 죽일수 없어

마지막으로 낳은 것이 ’내’가아닌 또 하나의 ’딸’일 뿐이어서 ’짐’이되는

내 인생은 여기서 부터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너무 미안하다. 몰라서도 미안하고...그 친군 이것저것 신경쓰고 짐스러운

’나’ 때문에 장염까지 걸렸단다.모르긴해도 그 친구 성격에 오늘이 아니었으면

설령 나를 볼기회가 있었을지라도 더 이상은 내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상처를 두려워하는 친구인데...성격상 내가 소심한 사내아이

라면 그 친군 천상 계집아이다.혼자 골 내다가 마음 아파하고 우리의 어머님

네들처럼 가슴에 묻어둘줄아는...헤어질땐 색색의 사탕을 손에 쥐어주며 아린

우정을 표시한다.

 

 집에 돌아와서야 이 모든것을 주님께서 이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늘 가

까이 있어 소중함을 모르고 정성스레 대하지 않는 나의 무심함을 또 한번 일

깨워 주심과 함께...허락하신다면 다음주 목요일엔 순전히 그 친구에게 ’참

기쁠’일이 될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감사의 평일미사와 맛난저녁 그리고

웃긴 이야기 몇편과 손에서는 절대 안 녹는 쵸콜릿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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