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지리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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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dalle] 쪽지 캡슐

2001-06-14 ㅣ No.6386

 

지난 주말에 지리산 다녀왔어요.

친구덜 셋이랑요..^^

좋은 기억 나누고 싶어 좀 긴 글이지만 올려봅니다.

 

금요일 밤 서울역에서 11시 45분발 기차를 타고 구례구에 도착한게 토요일 새벽 5시 1분,

택시로 의신마을까지 이동해서 본격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6시,

대성골 코스로 접어들었습니다.

대성골 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고요함, 고즈넉함, 때묻지않는 자연을 조금 더 느낄수 있어요.

지리산이 잠을 깨는 시간, 나무사이로 비껴드는 깨끗한 햇살과, 맑은 물소리 새소리에 푹젖어

어느새 우리도 산이 되어있었습니다.

작은세개골과, 음양수샘을 지나 세석산장에 도착한게 11시 15분,

아침을 든든히 먹지 못해 지친 몸에 밥과 국을 지어 먹였죠.^^

세석평전은 지리산속에 흔치않은 너른땅이에요.

초여름이면 그 터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철쭉으로 유명하죠.

사실, 이번산행의 목적이 세석평전에 가득핀 철쭉을 보는 것이었는데

한주정도 때를 놓친것도 있고, 날이 일찍 더워진 탓에 바짝 마른 철쭉만 조금 볼수있었답니다. ^^;

충분히 쉬고 세석을 떠난게 2시,

세석을 지나 처음 넘게되는 봉우리, 촛대봉에서 우리의 목적지 천왕봉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경치가 참 좋아요.

높이도 어느만큼 올라와있어, 주위 봉우리들은 한눈에 볼수 있는는데다,

발딛는 곳마다 보이는 작은 꽃들,

의젓하게 푸른 나무들, 그리고 세월을 온몸에 휘감고있는 고사목까지.

햇볕은 더웠지만, 시원한 산바람이 더위를 느낄 새를 주지 않았답니다.

우리들이 밤을 보낼 장터목산장에 도착한건 4시가 조금 넘은시간, 잠시쉬고

4시 20분쯤 천왕봉으로 향했습니다.

제석봉을 지나 천왕봉까지 가는 길은 위험한 길이 많아 만만치 않았고, 몸도 지친상태라 힘들었지만,

천왕봉우리에 올라, 누군가 꽂아놓은 태극기옆에 자랑스레 서서 사진을 찍을땐

정말 세상을 다가진듯 뿌듯함을 감출수가 없지요.

그곳에 서서, 주위의 아름다운 산세를 보며 감동할 수있다는건 크나큰 축복이지요.

세상에 지친 눈과 귀와 가슴을 큰숨으로 씻어낼수있음은,

그로인해 새롭고 싱싱한 기운을 얻을수 있음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천왕봉은 보통 새벽에 많이 가요, 일출을 보려구요.

날씨가 좋은날은 일출은 물론 동해바다까지 볼수있다는군요.

하지만 천왕일출은 삼대가 적선해야 볼수있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좋은날씨를 만나기가 힘들죠.. 사실 저도 한번도 못봤어요. ^^;

우리는 저녁에 갔으니, 일몰을 본걸루 만족하고 장터목산장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장터목산장에 되돌아온 7시가 조금 넘어 저녁식사를 후다닥 해먹고,

산장안에 산장지기님들의 도움으로 잠자리 배치를 받았어요.

산장은 사전에 예약을 해야하는데, 2주전에 전화했을때부터 예약이 끝나 무작정 와봤는데,

고맙게도 못오신 분들이 있어, 그리 좁지않게 자리를 나눌수 있었죠.

자리를 정하고 짐을 정리한다음, 잠시 산장주변 공터에 모여앉아,

지리산의 밤공기속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의 피로를 조금 풀어줄 팩소주도 함께요.. ^^

산장에서는 자가발전을 해서 전기를 쓰기때문에 밤10시면 등을 끕니다.

그래서, 젊은 기운에 더 밤을 까먹고 싶은 마음 접고, 내일의 산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어요.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눈곱만 겨우 떼고 하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일출을 보려는 다른 등산객은 새벽 세시에 벌써 천왕봉으로 떠난 뒤였죠.

우리는 그들과는 다른길로 내려갔습니다. 하동바위코스로요.

2시간쯤 내려가면 닿는 참샘에서 아침식사를 챙겨먹고 식수를 담았어요.

하동바위코스는 참샘을 지나면 식수를 얻을 수가 없거든요.

장터목에서 하산하는 가장 짦은 코스이자 오르는 길로도 가장 짦은 길이 이길이에요.

그래서 등산객이 가장많이 찾는 코스이고

실제로 우리가 내려가는 내내, 장터목으로 올라가는 등산객이 줄을 이었죠.

’반갑습니다’’안녕하세요’’수고하십시요’.... 인사하는데도 정신이 없었다니까요.^^

전날 대성골로 올라갈때 등산객을 한팀 밖에 못만난 것과는 아주 대조되었어요.

참샘에서부터 30~40분정도 내려가면 10m정도의 바위절벽을 만나게 되요.

하산하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가 쉽죠.

이절벽이 이코스의 이름이 된 하동바위랍니다.

하동지방 방향을 바라보고있다해서 하동바위래요.

하동바위코스는 경사도 급하고, 날카로운 바위도 많아 조심해야되고,

줄창 돌밭이라, 지루하고 재미없는 코스로 인내심을 요합니다.

그렇게 ’이돌밭 언제끝나나’ 하며 산을 막 벋어난 시간은 오전 10시.

백무동 버스터미널에서 남원행 버스를 타고 지리산을 떠났습니다.

이번 지리산행은 그동안 다녔던 때와 달리

은주가 처음으로 그룹산행계획을 짜서 대장노릇을 한데다,

모든일정이 계획에서 크게벗어나지 않고 잘 맞아 떨어져서 더 의미있었답니다.

함께한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지 않았다면

또 하느님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결코 이룰수 없었을거예요.

감사, 또 감사 했지요..

 

혹 지리산 좋아하는 분 계시면 좋은 정보가 될수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벌써 시원한 산바람이 그립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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