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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천년의 태양을 떠나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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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HABYBY] 쪽지 캡슐

2000-01-01 ㅣ No.367

우리는 석양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석양이라는 말보다 더 희망찬 말도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천년의 시간을 떠나보내며 우리는 또

그렇게 말합니다.

아름답지만 가슴 아팠고 미워했지만

사랑도 했었다고.

사는 일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가치는 있었다고.

 

천년의 석양과 작별하며 무수한 별처럼 사라져간 인류들과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들과 작별하며

애증으로 남았던 숱한 기억들과 작별하며 말합니다.

눈물을 흘려야 했던 날들은 다시 오지 말라고

혹은 이기심으로 혹은 물욕으로

이웃과 싸웠던 날들은 다시 오지 말라고.

 

그리고 우리는 행복하게 기억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내밀었던 따뜻한 손들과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지샜던 숱한 밤들과

서로 부둥켜 안고 좋아했던 축제의 시간과

이제 고개를 숙이는 천년의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는 믿습니다.

일그러짐 없이 잘 생긴 천년의 해가 떠오를 것을

그리고 그 해가 세상을 비추리라는것을.

 

아시는지요.

긴밤을 지샜던 일꾼들을 위해, 겨우내 얼어 있었던 냇물을 위해

누군가를 기다리며 동구 밖에 서 있었던 늙은 느티나무를 위해

밤새 조그만 새끼를 낳은 짐승들을 위해

일터에서 청춘을 바친 중년의 굵은 힘줄을 위해

천년의 해가 다시 떠오른다는 것을.

 

손을 흔드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천년의 기쁨과 슬픔이 모두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아쉬움이 다시 희망이라는 것을.

 

 

지난 1900년대의 nostalgia를 기억하며 초등부 형철이가 띄움니다.

초등부, 중고등부 교사분들과 모든 신자분들에게 새해에는 아름답고

기쁜일들만 생길수 있게 감히 주님께 작은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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