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말러]음악회 같이 가실 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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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민 [johnlee74] 쪽지 캡슐

1999-11-16 ㅣ No.2169

11월 27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

 

100년전 우리와 같이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에 서양 음악의 연결고리였던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1번과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입니다.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지의 노래’는 교과서에도 나왔던 것 같군요.

 

말러의 음악은...최후의 낭만파라고 불리기도 하고요...음 저도 다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현대음악의 지나친 파격도 아니고 고전적인 낭만도 아니고... 저가 좋아하는 건 주로 초기의 방황과 절망을 다룬 곡들인데,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작곡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쉬고 흥나는 모짜르트가 최고의 인기이지만 ( 요즘 음반가게 가보시면 유아용으로 나온 ’Mozart Effect’가 클래식 음반 중 자리를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씁쓸...) 독일, 오스트리아, 심지어 일본에서조차 30-40대의 젊은층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클래식 작곡가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곡가입니다.  

 

이번에 예술의 극장에서 밀레니엄 기획으로 말러의 전 교향곡 (9곡)을 수년에 걸쳐 연주한다고 합니다.  정말 저로서는 놓칠 수 없어 꼭 가보고 싶어서요.  그런데 혼자 가면 아무래도 어색하지요.  부천 필하모니가 연주하는데 클래식 전문가인 선배 말에 따르면 꽤 괜찮게 한다는군요.  토요일 밤, 아무것도 안하다가 술자리에 불려나가 술값으로 쓸 1-2만원 한 번 투자해 보시지요.  정 돈이 없으시다면 제가 내 드릴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클래식을 직접 연주장에서 들으면 따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선 제가 가지고 있는 CD를 빌려 드리겠습니다.

 

당일 고3피정을 따라가야 하는 보좌 신부님을 비롯해 조명, 김선미, 정근오 교우님들껜 죄송하네요.  가장 유명한 교향곡 2번 ’부활’은 내년 5월 30일에 연주한다고 합니다.  그때 꼭 같이 가시죠.

 

제 연락처: 016-758-4718

연락주세요!!

 

참고로 전문가의 일언을 실었습니다..

 

 

특집-구스타프 말러  

21세기에 부활한 말러를 만나다!  

전기호(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사무장)

 

 

"개인적으로 볼 때에도 예술은 정말이지 일종의 고양된 삶이다. 예술은 더 깊은 행복을 주었다가 더 빨리 소모시킨다." -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 중에서

 

예술은 하나의 고양된 삶이다. 그리고 예술은 그 자체로 더욱 더 우리들의 삶을 고양시켜 이 현실세계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피안의 감동을 선사해준다. 그러한 행위의 중심에는 예술가가 있다. 예술가는 자연과 신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며,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신과 자연의 메시지를 회화와 음악과 글을 통해 전달해주고 있다.

잠시 여기서 100여년 전의 오스트리아 비인으로 돌아가자! 당시 몰락해 가는 오스트리아 제국의 비인에는 세기말의 상징적인 존재인 구스타프 말러가 중심에 있다. 왜 나는 여기서 그를 회상해 내는가? 그것은 말러야말로 진정한 신의 대리인으로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인간의 궁극적인 조건에 대해 노래한 최고의 예술가였으며, 우리들의 삶을 진정으로 고양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말러에 대한 회상은 그 타당성을 부여받는다. 신이 사라진 세상, 몰락해 가는 현재의 세계는 말러가 그리던 세상과는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 사람들의 삶은 추락하고 있으며, 진정한 선으로 고양되기보다는 끔찍한 악 속으로 함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말러는 어떤 예술가였는가? 그는 일반적으로 관현악법을 극도로 확대시켜 10개에 이르는 대규모의 교향곡과 많은 성악곡을 작곡했던 당대 최고의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말러의 음악을 깊이 알려고 한다면 그의 정신세계를 먼저 탐색해야만 한다. 말러가 심취했던 종교, 철학적인 사상들은 그의 전체 작품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그의 모든 작품들은 그의 자서전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교향곡 1번과 2번에 대해 친구인 나탈리에 바우어 레히너에게 보낸 다음의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작곡한 2개의 교향곡은 내 삶의 전 과정, 내가 경험하고 겪은 진리와 시를 모두 소리로 담아낸 것이다. 진정 이것을 읽어낼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내 삶 전체가 또렷하게 들여다보일 것이다. 나의 창조력은 삶의 경험과 너무나도 강렬하게 연결되어 있다."

말러는 복잡다단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때로 공상가였으며, 이상주의자였고, 완벽주의자이자, 다혈질이었다. 말러의 애제자였던 브루노 발터조차 그를 ’복잡한 내면의 삶’을 살아가는 다중인격자로서 악마와 순진한 아이의 이상한 혼합 상태로 표현하기도 했다.

말러의 이러한 성격은 그의 음악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그의 음악 중 많은 것들이 종종 극도로 심각하고 무거운 톤의 오스트리아 민속 선율이나 행진곡 풍, 춤곡 풍의 리듬, 코랄 선율, 전원의 새 울음소리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고 가벼운 톤과 한데 섞여 있다. 복잡성과 단순성이 공존하고, 지고의 숭고함, 우주적인 느낌이 감미로운 서정성과 공존해 있는 것이 말러의 음악인 것이다.

그럼 말러의 음악에 영향을 끼친 사상과 철학은 무엇이었을까? 말러는 유태인으로 태어났지만 1897년에 카톨릭으로 개종하였다. 이것을 두고 말이 많았지만 이러한 논란은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에 매혹되었고 카톨릭의 신비주의와 종말론적 교리에 빠져든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말러는 기독교 사회에 융화하려고 했지만 평생을 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으며, 열등감 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고,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항상 두려워하면서 그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3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오스트리아인에게는 보헤미아 사람이고, 독일인에게는 오스트리아인, 세계 속에서는 유태인이다. 나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한다."

말러는 이러한 종교적인 갈등 속에서 줄곧 철학과 종교, 윤리의 문제 속에서 고민했으며, 또한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으며, 자신의 작품의 가사를 직접 쓰기도 했다. 그 중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의 텍스트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너무도 유명하다.

또한 말러의 사상은 주로 독일 관념철학자로부터 유래했는데, 그는 특히 형이상학과 종말론 등에 더욱 관심을 쏟았으며, 그 외에도 본체론, 우주론, 실존철학 등 모든 방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그 중에서도 죽음과 내세의 문제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학, 철학적인 관심은 표제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에 있어서 음악외적 생각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그의 초기 교향곡들은 여러 면에서 교향시로 간주됐고, 특히 첫 번째 4개의 교향곡은 세밀한 문학, 철학적 표제를 드러내놓고 다루고 있으며, 실제 그의 악보에는 자필로 표제를 붙인 경우가 많았다.

궁극적으로 말러는 이러한 철학과 사상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통해 대우주를 건설하려고 했다. 1번 교향곡에서는 비관주의적인 성향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며, 죽음을 통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2번 교향곡 ’부활’에서는 삶과 죽음의 의미와 인간과 세계의 궁극적 조건에 대해 그의 모든 생각을 표현하였다. 3번 교향곡에서는 자연과 사랑, 그리고 우주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4번 교향곡에서는 ’천상의 삶’에 대해서 노래했다. 5번으로부터 7번에까지 이르는 새로운 삼부작에서는 인간의 운명과 비극, 그리고 비극적 영웅의 자화상과 그에 상반되는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8번에서는 영원한 사랑, 즉 신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9번에서는 세상을 떠나야만 하는 작곡가 자신의 회한과 피안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그려냈던 것이다.

이 모든 교향곡과 그의 가곡 속에 독특하게 형상화된 세계는 비록 그것이 말러 자신의 것이었지만, 결코 그 자신만의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으며, 우리들 살아 있는 자에게 들려지는 신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말러의 작품이야말로 그의 독특한 어법과 철학과 사상을 통해 한없이 삶을 고양시키는 모든 인류의 자양분이며, 끝없이 샘솟는 영혼의 샘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제 구스타프 말러는 서서히 부활한다. 그의 사상과 철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끝없는 찬양 등은 우리들의 가슴속에 각인 되어야 한다. 그의 음악과 그 사상을 통해 우리는 한없이 고양되며, 진정한 인간 가치와 자연의 존재 의의에 대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토마스 만의 말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말러를 회상해낸다. 전 인류가 신음하고 있는 20세기말, 다시 한번 말러와 그의 음악에 대해서 회상해내고, 귀기울이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지치고 힘든 영혼을 치유해주는 영원한 명약, 구스타프 말러! 그것이 바로 우리가 세기말에 말러를 찾아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왜 말러인가? 그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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