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야생화를 보며 / 하석(2010. 3. 23)
엊그제가 춘분으로,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절기를 지났다.
그런데도 올해는, 춘분을 전후해서 눈도 오고
황사도 일찍 오며, 쌀쌀한 날씨가 이어져서인지
예년에 비해 봄 날씨가 좀 늦어지는 것 같다.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는 한 바퀴를 돌아와서,
작년 춘분의 그 자리에 다시 와 있다. 그러니
태양으로부터 받는 햇빛 에너지는 지난봄이나
올봄이나 같으련만, 이 지구상 각 지역별 기온과
날씨에 최근 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태양과 우주의 일정한 운행 질서는 변함없으련만,
인간이 사는 이 지구상의 기후는 인간의 환경파괴로
꽤 영향을 받으며 교란이 가속되는가 보다. 인간은,
타 동물과 달리 에너지를 대량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자연환경과 생태계를 갈수록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그래도 태양은 미미한 듯해도 새 봄빛 에너지로
땅속 씨앗과 뿌리의 동면을 깨우며 봄 싹이 돋을
힘을 벌써 불어 넣어 주었다. 이른 봄꽃 피우는
작은 풀과 나뭇가지에는 다소 늦었지만 꽃이 피고
지고 있다. 자연은 스스로 그 생명력을 지닌 걸까?
조그마한 동식물이 오히려 덩치 큰 것들보다 동작이
더 빠르고 부지런한 것 같다. 눈 덮인 산 숲에 제일
먼저 피어나는 야생화들은 모두 다 아주 키 작은 풀들
이다. 오늘 산 계곡에서 곱게 돋은 이른 봄 야생화들을
보며, 봄의 생명력과 신비로운 자연섭리에 놀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