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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madal77] 쪽지 캡슐

2001-07-31 ㅣ No.7253

야훼께서 지나가시는 데 크고 강한 바람 한 줄기가 일어 산을 뒤흔들고 야훼 앞에 있는 바위를 산산조각내었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바람 가운데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간 다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지진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지진 다음에 불이 일어났다. 그러나 야훼께서는 불길 가운데도 계시지 않았다. 불길이 지나간 다음 조용하고 여린 소리가 들려 왔다. 엘리야는 목소리를 듣고 겉옷자락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동굴 어귀로 나와 섰다.

 

--열왕 19,11~ --

 

 

처녀는 왕에게 반해 버렸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는 들은 적이 있었다. 왕의 목소리를 들은 처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왕의 여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처녀는 왕이 자기 집 앞을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누더기를 입은 거지 한 사람이 지나가며 말했다.

"아름다운 아가씨! 이리 와서 내 누더기를 함께 입읍시다."

처녀는 그 거지를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저리 비켜요! 나는 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요"

잠시 후 상복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지나가며 말했다.

" 아름다운 아가씨! 이리 와서 내 눈물을 함께 나눕시다."

처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저리 비켜요! 나는 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요"

잠시 후 죄수 한 사람이 지나가며 말했다.

" 아름다운 아가씨! 이리 와서 내 부끄러움을 함께 나눕시다."

처녀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저리 비켜요! 나는 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같이 자신의 고통과 좌절과 외로움을 처녀와 함께 나누고 싶어했다. 그러나 처녀는 그들 모두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만일 처녀가 몇 걸음만 걸어 나와 그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라도 금방 그들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토록 기다리던 왕을 알아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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