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화장장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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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ㅣ No.12365

                                                                                                     (2010. 3. 29 두물머리 풍경)
 
 
 

화장장을 보며 / 하석(2010. 3. 31)


있는 것은 있는 것.

없는 것은 없는 것.

그런데 사람의 생명은

있다가 사라지는 것일까?


마지막 숨과 함께

생명의 숨길 멎으면,

지금까지 있었던 생명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떠난다.


금은 달구어도

정화된 금으로 남건만,

화장 화로에 얹힌 사람의 육신은 

그 본체인가 몇 줌 재만을 남긴다.


복되어라,

안개 자욱하고 풍파 거친 삶의 항로에서

살아가야 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지켜보며,

영원과 순간을 함께 품고 평화를 바라보는 사람.

 

저 산 숲에서 계절 따라 피고 지는

산유화들이 갖춘 고운 꽃잎과 향기와 달콤한 꿀을 보라,

보는 눈 없이도 질서정연한 공동체 삶을 잘 사는 개미들,

저들의 유전자속에는 놀라운 생존 지혜가 선천적으로 주어졌다.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는 저 무한 우주의 창공에는

우주 밖에 또 우주가 펼쳐지며,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다.

우주 안에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이 그 마음으로는 우주를 품는다.

비록 육신은 죽음을 맞아도, 영원의 세계를 품는 인간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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