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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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후남 [ehn1120] 쪽지 캡슐

2006-08-19 ㅣ No.6885



무더운여름날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세상은 움직입니다.
나는 한 발 내딛는데 
세상은 저만치 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조급해 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빠른 만큼 
요란하고 그만큼 공허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뜨겁게 살고 싶은 
나는
세상을 향해 
오늘도 미소짓습니다.

걸음이 느린 나 / 인애란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살아갑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합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게 성공으로 향하는 길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빠른 속도가 필요할 지 모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속도를 조절해야만 합니다. 무한정 질주하는 차안에서는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너무 서두르며 살다보면 놓치고 가는 것들도 많을 것입니다. 보고 듣고 그것들을 음미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어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되새기며 가는 삶이 다소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깊은 영성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상대적으로 조금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생을 두고 끝까지 가야할 길이라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지는 노을과 흰 구름의 자취들을 바라보고 참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억하며 사소한 기쁨도 특별한 은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면서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천천히 가고 싶습니다 / 인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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