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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악습을 고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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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5 ㅣ No.9118

감히 주제넘게 말씀드리는 것 같지만, 저는 오랜동안 자신감 없이 살았습니다.
보통 귀가 얇다고 하는 그런 축에 들었지요.
도무지 "내 생각"이라는게 없었습니다. 그냥 남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 별 생각없이 동의하는 축에 들었습니다.
남들은 저를 조용한 사람이라고 했고, 제 존재감은 그만큼 없었습니다.
늘 있는듯 없는듯 그랬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전부터 오랫동안 막연히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현장에 뛰어든거지요.
무진장 깨졌습니다. 많이 울었습니다.
특히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만남이 깊지 않았던 동료나 선배들에게 많이 휘둘려지는 것 같았고
그런 내가 늘 못 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다른 대안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었습니다.
늘 결정하는데에 미숙했고, 어떤 질문에 대해 즉시 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주 천천히 늦게서야 생각이 자리 잡히고, 그래서 말싸움이라도 나면 늘 지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생활을 6개월 정도 하고 있을 즈음, 진짜 미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내가 왜 태어났나 싶고 이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러던중 동기 한 명이 절 불렀습니다.
제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도 이전에 그랬다고요. 등등...
바뀌어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도 못되서 이번에는 선배 하나와 마찰이 생겼습니다.
화가나서 대뜸 선배 앞에서 욕을 했습니다.
한 대 맞을 뻔했습니다.
선배 눈에서 불똥이 튀는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선배는 나를 용서해 줬습니다.
자기가 무슨 일이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노라고 먼저 사과를 했습니다.
많이 깨달았지만, 몸과 마음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많이 노력했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동기 중 하나가 다른 곳에 파견갔다가 일년만에 왔습니다.
그가 저에게 이야기를 하더군요. "너 변했다. 좋은 쪽으로"
그 말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피정갈 일이 있었는데
기도 중에 그런 확신이 생겼습니다.
나는 나라는 것이지요.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미천한 나이지만,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대로도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받겠지만, 나를 사랑하시는 그 분을 욕먹일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것.

이후로도 십 년 넘게 노력했습니다. 지금도 노력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진짜 변화가 안 보였고 나도 내 주위 사람들도 몰랐는데 언젠가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충고나 조언을 들으면 귀가 따갑고 한 대 갈겨 주고 싶어도 최소한 겉으로는 고맙게 여기려고 합니다.
쓸데없이 말이 많아지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비관적인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낙관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것은 바뀌지 않더군요.
그래서 낭패를 볼 때도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좌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보니까 나라는 사람은 결정을 너무 못했습니다.
전자기기 하나 사러 가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 자리에 서서 한 시간을 넘게 고민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했습니다. 생각이 늦게 움직이고 천천히 돌아가기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는 거야 어쩔 수 없지만
시간낭비, 힘낭비 그거 하나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것도 있으니
우선 빨리 대충 보고 결정하자. 대신 내가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후회하지 말자.
결과가 어떻게 나든지 간에, 후회가 될 것 같으면 그 때가서 걱정하자. 미리 걱정하지 말자.
이런 생각을 하고 또 오랜동안 노력해서 이것을 습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뭔가를 결정하고 나서도 번복하고 싶어지는 일이 있습니다.
내가 왜 그랬나 후회가 밀려오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한 결정인 만큼 그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그때가서 걱정하고 대비책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이전과 많이 바뀐 것 중 하나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존중합니다. 남의 충고나 조언을 어쨌건 고맙게 여기려고 합니다.
남들보다 잘난거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나로서 "나"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라는 것을 압니다.

대학교는 안 갔지만 이 분야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이후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맡은 일때문에 그리고 인맥을 쌓기 위해서 다른 학교도 일년간 다녔습니다.
좀 다른 공부를 하려고 사이버대학에 등록했었습니다. 한 학기만에 때려치웠습니다. 쓸데없이 돈 낭비 시간 낭비한 꼴이 되었습니다. 정말 안되는 건 안되더군요. 그래도 나 자신을 나무라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좀더 신중하자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고쳐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나니까요.
대신 필이 꽂힌 것에 대해서는 대단히 파고 듭니다. 학교나 학원 안다니고도 남들이 어느정도 고개를 끄덕여 줄 만큼 공부합니다.
제가 최근에 발견한 저의 모습입니다. 이런게 있어서 다른 걸 못해도 저는 제 자신에게 만족합니다.
말빨은 세지 않지만 글빨은 좀 있습니다. 그것도 언젠가 발견한 저의 모습 중 하나입니다.
아직도 발견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만족합니다.

님께서도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런 곳에서 알게 된 님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건 이런 자질구레한 글을 쓰는 것과 기도하는 거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님을 위해서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게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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