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성당 게시판

신당동 성당의 아름다운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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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theresa429] 쪽지 캡슐

1999-10-06 ㅣ No.139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고등부 주일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김주연 소화데레사라고 합니다.

 

비록 139번 밖에는 이 게시판이 나가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저희들도 이 게시판을 질적, 양적으로 풍성하게 이용해나갈 수 있겠지요.

 

오늘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여러분 모두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신당동 본당에 애착이 많습니다.

학교에 가기도 전에 성당을 먼저 알게 되었고, 언니 손에 이끌려 오빠와 함께

장궤틀에 앉아 미사를 드리던 시절부터(지금의 제 덩치를 보시면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음!)

주일학교에 열성적이던 국민학교 시절, 그리고 저의 사춘기를 바쳤던 중고등부 시절과

바치기 싫어서 도망다니다가 결국은 이렇게 드릴 수 밖에 없는 청년기까지,

제 삶에 기억나는 시절의 대부분이 바로 이 성당, 신당동 성당과 이어져 있답니다.

 

나서길 좋아하고 떠들기를 잘 하는 탓에

기억할 수 없을만큼 많은 이들을 만났고, 그만큼 많은 추억들이 있으며,

또 그만큼 받은 은총 또한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만큼이나 사랑하는 친구, 선후배, 선생님들과 제자들을 만났고

그런 과정에서 이만큼이나마 사람처럼 생활할 수 있었음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늘 마음 아픈 일들을 접하고 나면

더욱 실망스러움과 안타까움을 달랠 수가 없는 걸까요?

 

저는 많은 것이 부족한 인간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그러하고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도 그러할 겁니다.

 

그렇기에 살아가면서 때론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또 마음 속에 솟아오르는 다분히 이기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질투나 시기, 분노조차도

자연스러운 일일겁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나 이야기를 할 때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불안한 마음을 표현함으로 해서

상처받고 교회에서 멀어지는 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저는 중고등부 주일학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들에 저 자신도 놀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제 안에 있는 모습들과도 늘 비슷한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전에 늘 고민했던 것이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키가 크지도, 인상이 좋지도, 공부를 잘 하지도, 집이 잘 살지도,

뛰어난 재능을 찾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사랑받을 만 하단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이 교회에서조차

좋은 외모와 비추어지는 인상과 재능만이 판단의 기준이 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저는 조금은 자신있게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늘 믿고 싶었던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확신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어서가 아니라, 내가 믿지 못하기에 부정해왔던 것들을 조금씩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고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신 예수님을 따르려는 사람들입니다.

비록 성모님처럼, 욥처럼 언제나 ’네’하고 감사할 수는 없다할 지라도

다른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을 조금만 더 존중해주면 어떨까요.....

이건 결코 여러분을 비난하여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저 자신을 포함한 우리가 가끔씩 본의 아니게 남을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

 

 

이런 글을 쓰다보니

제 눈에 ’들보’가 아른거리는군요. 얼른 빼야쥐......

 

 

뜬구름잡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답답한 마음에 이런 글을 적어봤습니다.

 

다시한번 아름다운 신당동 성당의 모든 분들께

주님의 사랑과 축복을 빕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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