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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 아름다운 쉼터(아름다운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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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4rang2] 쪽지 캡슐

2010-12-02 ㅣ No.560

아름다운 방문(榜文)(최인호, ‘산중일기’ 중에서)

며칠 전 가파른 산을 오르다 약수터에서 물을 한 바가지 받아먹고 그늘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소나무 등걸에 흰 종이가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6월 X일 오후 X시경 청계산 산행을 하던 중 갑자기 고통을 느끼고 쓰러져 여러 등산객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병원으로 옮겨져서 치료를 받고 마침내 쾌차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 덕분입니다. 여러분의 댁 내에 만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깨끗한 흰 한지 위에 일일이 붓으로 쓴 글씨였다. 한마디로 솜씨가 있는 필체였다. 비라도 맞을까 봐 나뭇등걸에 붙인 종이 위에 단정하게 비닐 막이 씌워져 있었고 가장자리를 둘러서 스카치테이프가 빈틈없이 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 방문에는 어디에도 쓴 사람의 이름이 없었다.

내용으로 미뤄 보건대 방문을 쓴 사람은 지난 유월초 산에 왔다가 갑자기 고통을 느끼고 쓰러져 응급상황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때 등산객들이 힘을 합쳐 구조대원을 부르거나 쓰러진 이 사람을 함께 실어 날라 긴급 조치를 한 것처럼 보인다. 신속한 조치로 무사하게 건강을 되찾은 환자는 그때의 고마움을 마음에 담아 이처럼 감사의 말을 쓰고 자신의 가족에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약수터에 붙여 놓도록 하였던 모양이다.

나는 그 방문을 바라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입은 이웃에 대한 고마움을 저처럼 잊지 않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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