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자료실
2010.12.3 아름다운 쉼터(거리를 두면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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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두면 들린다(‘좋은생각’ 중에서)
가야금에 혼을 담은 음악가 황병기. 그는 평생을 국악에 대한 열정으로 이 땅에 창작 국악의 세계를 열어 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그를 ‘가야금의 명인’으로 부른다.
그런 그가 1989년 12월 31일, 에밀레종의 타종 소리를 듣기 위해 경주로 내려갔다. 그날 밤 12시를 마지막으로 현존하는 최대의 종이자 국보 제29호인 에밀레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에밀레종 타종을 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파 가운데 맨 앞줄에 서 있다가 그를 알아본 경주박물관장의 권유로 황병기 선생은 종각으로 올라가 첫 번째 타종을 함께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종을 마치자 더 이상 타종을 하지 않은 채 선생은 종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그를 발견한 한 지인이 그 이유를 물었다. 황병기 선생은 대답했다. “세계에서 제일 여운이 길게 남는다는 에밀레종 소리를 좀 더 가까이서 듣기 위해 종각에 올라갔는데,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박물관 마당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성 때문에 정작 종소리를 들을 수가 없네요.” 그러자 지인이 말했다. “선생님, 맞은편에 있는 반월성 언덕으로 올라가십시오. 그러면 종소리가 잘 들릴 것입니다.” 바로 앞에서도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어떻게 건너편 언덕 위에서 들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황병기 선생은 언덕에 올랐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뚫고 신비스러운 종소리가 그의 귀에 은은하게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