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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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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구 [cygnus209] 쪽지 캡슐

2000-05-27 ㅣ No.1045

< 마리아의 노래 >

 

 나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비교적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요셉과의 약혼 후 내 인생은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요셉과 동거하기 전에 이미 난 임신을 했고 요셉은 날 의심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둘 다 무척 마음이 상해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될까? 여기저기 소문이 떠돌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날 괴롭혔다. 그렇지만 요셉과 난 여전히 서로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었기에 결국 우리는 이 아이를 함께 키우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자라서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다루기 힘든 아이

우리는 호구 조사때문에 베들레헴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그 때 나는 출산을 얼마 남기지 않고 있었다. 여행길은 무척 고단했으며 거처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외양간에서 아이를 낳아야만 했다. 하지만 아들을 얻은 기쁨도 잠시였고 오랜 여행길의 피로속에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예수는 나에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사춘기에 이르러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때의 갈등은 내게 몹시 힘든 나날이었다. 난 그 아이를 더 이상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너무나 변해 가고 있었다. 아이는 성전에 처박혀 지내기 일쑤였기에 난 매우 걱정스러웠다. 내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약간 냉정한 어투로 중요한 것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고 해답했다. 그는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몽상가였다. 결혼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난 어머니로서의 자격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고 의심해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어쩌면 내 교육 방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내가 과연 그를 잘 뒷받침 해주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끊임없이 휩싸였다.

어느날 예수는 세례자 요한에 대하여 떠도는 얘기를 듣고 떠나 버렸다. 세례자 요한은 반체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백성들의 빈곤이 현 체제 때문이라고 하였고, 이를 강력히 비판하여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예수는 보따리 하나만 달랑 들고 그를 만나러 떠나 버렸다.

 

문제아의 어머니

난 그 아이에게 몇 마디 충고해 주고, 먹을 것도 좀 준비해 주고자 했지만 그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았다. "매일매일 하느님께서는 새들을 먹여 주십니다." 그것은 그의 신념이었다. 나는 그 아이가 생계를 꾸려 갈 궁리를 하길 원했지만 그는 방랑자가 되고 말았다. 함께 떠난 동료들에게서 들려오는 소식은 참담한 것이었다. 길거리 여기 저기를 배회하며 품행이 단정치 못한 여자들과 곧잘 어울려 다닌다고 했다. 이 곳 저 곳에서 걸식을 하고 일정한 거처도 없이 노숙을 일삼는다고 했다. 그는 기종의 제도와 법은 인간 존재를 질식시킨다고 하며 강하게 비판하였다. 또한 율법에 지나치게 매달린다고 하여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책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은 최소한 창부의 아들은 아니라고 되받았다. 나는 가슴이 너무도 아팠다. 이런 악의적인 말에 그 아이가 혹 타격을 받지나 않았을까 몹시 두려웠다. 게다가 더욱 내 마음을 졸이게 한 것은 그가 권위 있는 율법학자들의 비난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가끔씩 내게 소식을 전해 주면 좋으련만...친척들, 친구들 모두 그가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도를 넘어 버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느날 나는 벗들과 함께 그를 만나러 갔다. 멋모르는 그 아이가 가여워 나는 세상에서의 처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조심하지 않으면 화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주었다. 그러나 예수는 전혀 내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심오한 직관을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곧 하느님의 명령으로서 희망이 없는 이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갖가지 율법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을 그는 진정으로 해방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난 그의 무모한 행동이 결국 파국을 불러오지 않을까 두렵기만 했다. 그는 앞뒤를 재지 않고 마구 떠들어 댔지만 모든 것을 바로 잡기에 그의 힘은 너무도 약했다. 정말 그 아이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만약 그가 옳다면

그런데 지금와서 고백하지만 사실 나는 그 아이의 말에 대단히 감동 했었다. 그는 내가 오래전부터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것들을 표현해 냈던 것이다. 그는 자유를 얘기했다. 그리고 모두를 위한 행복을 얘기했다. 그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난 정말 이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아이를 사랑했으며 그를 따르는 여인들도 사랑했다. 그는 불행한 이들을 위로하였고 이들을 억압하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바꾸고자 했다. 나 역시 이런 억압적인 구조가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며,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만드셨다고 생각했었다. 그를 추종하는 이들은 아직 적었지만 나는 점점 그가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난 깨달았다

과월절 며칠 전에 나쁜 소식이 들려왔다. 난 무서웠다. 예수를 살해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질서를 파괴하는 주점으로 몰려 있었다. 예수가 군중 속에서 연설할 때에는 항상 소요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걱정이 되어 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체포되어 채찍질을 당하고 사형을 선고 받았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뼛속까지 저려 왔지만 난 그 아이를 끝까지 따라갔다. 처형장으로 내몰리고 있을 때 그와 나는 시선이 마주쳤다. 이해를 구하는 듯한 그의 눈빛이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신념이 결국 그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무기력하게 서 있을 따름이었다. 싸늘한 그의 몸을 안았을 때 난 너무도 고통스러워 그와 함께 죽고 싶었다. 나와 요한 그리고 몇몇 여인들만 십자가 밑에 서있을 뿐이었다. 모두들 보복이 두려워 그의 곁을 떠나 버렸던 것이다. 요한은 날 기꺼이 받아 주었다. 우리는 함께 기도하며 예수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그가 했던 말, 그가 이루어 놓은 것들을 회상하면서... 어느 화창한 날, 난 그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그는 언제나 눈앞에 있는 듯 했고 우리 한가운데 당당히 버티고 서 있었다. 그 후로 난 매사를 달리 생각하기로 했다. 그제서야 난 깨달았던 것이다.

 

기쁨의 찬가

마리아는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기쁨과 감사로 충만되어 그녀가 습득한 기도를 바쳤다.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함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이제로부터는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권세있는 자들을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 것 없는 이들을 높이셨으며 배고픈 사람은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사람은 빈손으로 돌려 보내셨습니다."

 

 

                           

                            ~ 2000년 5월 26일 예수살이 금요미사 나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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