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네 게시판

완벽하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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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marisio] 쪽지 캡슐

2000-06-15 ㅣ No.3

저희 과 교수님의 홈페이지에서 퍼왔습니다. 이 홈페이지를 보고 생각이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아마 이 홈페이지 뿐만아니라 모든 인생사에서 필요한 대목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주도에 처음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밭농사를 지을 때였다. 밭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우선 황폐한 들녘을 밭으로 일구는 일이 급선무였다. 들녘엔 온통 울퉁불퉁한 화산석투성이였다. 농사짓기에 딱 알맞겠다 싶은 곳도 조금만 파 들어가면 온통 돌덩이투성이였다. 사람들은 자연히 그 돌로 밭둑을 쌓기 시작했다. 밭둑에 돌담을 쌓아 밭과 밭 사이의 경계로 삼았다. 매사에 아주 꼼꼼한 일처리를 하기로 소문난 김씨도 밭에서 나오는 돌로 담을 쌓았다. 완벽한 성격 그대로 아주 빈틈없이 바람한 점 새지 않도록 견고하게 담을 쌓았다. "이 정도면 아마 무너지지 않고 백년은 갈 거야." 김씨는 튼튼하게 잘 쌓은 돌담을 툭툭 두드려보며 아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돌담은 백년은 커녕 단 하루도 못 돼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 심하지도 않은 간밤의 바람에 그만 무너져버리고 만 것이다. 김씨는 아주 야트막하게 담을 다시 쌓아보았다. 그래도 담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씨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담배를 몇 대 피워가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다시 담을 쌓았다. 이번에는 돌을 일정하게 다듬지 않고 있는 그대로 구멍이 숭숭 나도록 만들어 쌓았다. 그러자 바람이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담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담은 겉으로 보기엔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곧 무너져버릴 것 같았으나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먼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구멍 사이로 자유롭게 드나들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완벽하면 무너지는군. 좀 허술한 구석이 있어야 해." 김씨는 밭두렁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중얼거렸다. 유채꽃이 그 말을 듣고 바람에 흔들거렸다. 유채꽃은 바람에 온 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에도 또 글을 올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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