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네 게시판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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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marisio]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8

조선일보에서 퍼왔습니다.(6월 21일자 신문)

 

어쩌면 청소년을 이해하거나 알려고 노력할수록 제대로 그들을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먼저 그들을 작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랑이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글을 여기 게시판에 올립니다.  

 

일사일언] 평범한 삶에 색칠을.....유희열

 

“아파트 담장에 장미꽃이 활짝 피었더라.” 오랫만에 놀러온 친구가 알려줬다. 정작 매일 그 앞을 지나치는 내가 못본 장미를 말이다. 밖에 나가 장미로 뒤덮이다시피 한 담장 근처를 어슬렁거리자니, 최인호의 ‘작은 마음의 눈으로 사랑하라’ 라는 글이 떠올랐다.

 

LA에서 아르바이트로 여행가이드를 하던 학생이 있었다. 어느날 한 시각장애인 단체여행객을 안내하게 됐다. 시각장애인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절대 우릴 앞 못보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그저 보통 사람들 대하듯 안내하면 됩니다.” 학생은 당황했지만 그 사람 말대로 마이크를 잡고 여행객들에게 창 밖 풍경을 설명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저 푸른 바다는 태평양입니다. 왼쪽 저 멀리 보이는 산 아래가 바로 할리우드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오른쪽 창문과 왼쪽 창문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그때 그는 느꼈다고 한다. 그들은 분명히 푸른 바다를 보았노라고.

 

방송국에 오는 사연들을 보면 소소한 일상을 사랑하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한밤에 먹는 라면에서, 키우는 강아지에서, 잔소리 하는 어머니 얼굴에서 작은 감동을 찾아내는 사연을 만날 때면 삶은 참 아름다운 것 같다.

 

비슷비슷한 인생살이라면 남루한 일상을 윤기있게 색칠해 보는게 어떨까? 세상엔 ‘눈 뜬 장님’도, ‘귀 열린 귀머거리’도 많다. 마음의 눈을 뜨고 그 눈 속에 사랑을 담으면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장미가 피어있는 아파트 담장을 지날 때마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흐뭇함이 내 가슴 속에서 피어나곤 한다.

 

(유희열·작곡가·MBC ‘FM 음악도시’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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