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일반 게시판

8월 소공동체지에 실린 가슴에 품고온 캠프(원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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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순 [cosmos413] 쪽지 캡슐

2004-09-03 ㅣ No.245

 

지난 8월, 중.고등부 캠프 글중 저희 소공동체 모임지에 실린 원고입니다.

 

모임지에 실린 글은, 지면상 편집이 많이 되었기에 원고를 직접 올려 드립니다.

 

늦었지만 감상하시고 우리 중.고등부 교사들의 마음과 아이들의 마음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 소공동체 편집실 -

 

              

 

           "2004 가톨릭 청소년 캠프를 가슴에 품고"

 

                                                    -중.고등부교사대표 교감 이선수(미카엘)-


 

한 해를 시작하며 주일학교의 1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기대되고 설레는 일은 단연 여름 캠프이다. 3월, 아직 겨울의 추위가 가시지 않아 찬 바람에 몸이 움추려지는 때이지만 주일학교 학생들을 바라보며 여름 캠프를 계획하고 있는 교사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무더운 8월, 여름의 그 절정으로 채워져 있다.

 올해는 몇 명이나 캠프에 갈까?,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 물놀이는 어디서 할까?, 파이어는? 끝없는 질문들을 서로 내던지며 3박4일간 함께 뛰어놀 학생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4,5월에는 물망에 올라있는 캠프장을 이곳저곳 돌아다녀보고 어느 곳이 우리 아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우리의 형편에 맞는 장소일지를 생각한다. 100명 남짓한 우리들만의 공간이면서 학생들이 자연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금전적으로 부담이 적어야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기에, 캠프장을 고르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완벽한 캠프장을 고르는 일 역시도 불가능 한 것이다. 올해도 이러한 고민 끝에 ‘강원도 횡성 풍수원성당에 있는 금대 귀농학교를 한여름 우리들의 보금자리로 삼았다. 교사들에게는 이때부터가 캠프의 시작인 것이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매 주 미사와 교리를 마치고 돌아가면 캠프주제와 모든 프로그램들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는데 주제결정만 봐도 캠프에 대한 교사들의 열의들이 넘쳐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동체를 느끼게 하는 캠프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캠프를 통해 미사의 내용을 전달 해 줍시다. '성서와 연관지어 하느님이 주신 자연을 느끼게 합시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면 또다시 회의가 시작된다. 이건 이게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그러다 결국은 창세기를 통해서 한 처음, 하느님께서 우리 피조물에게 베푸신 사랑을 캠프 안에서 느껴보자’는 의견으로 교사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창세기』성서의 시작이며 그 내용 역시 세상의 시작이고, 또한 그것은 준비하는 교사들에게도 상상치 못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모든 교사들이 성서를 밤낮으로 통독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함축적인 성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서적을 뒤지며 방학을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모아진 창세기의 내용들은, 이것이 학생신자들에게 전해지는 것에 문제는 없는지 신부님과 수녀님의 도움을 받아 검토한다.

 이러한 자료를 갖고 3박4일간의 총 11개의 프로그램에 대해, 프로그램의 틀을 잡는 초안회합, 세부적 내용을 잡는 중간안회합, 모든 내용을 결정하는 최종안회합을 한다. 매일 같이 모여 회의 하는 것만도 한달, 부족한 내용을 하나라도 더 채우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는 것을 알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지하 한켠에 박혀서 회의를 하지만 학생들이 캠프에서 뛰어놀 모습을 상상하기만하면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 우리! 바로 교사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석 달 이상의 준비를 마치고 캠프를 떠나는 날, 교사들은 마치 수능시험장에 앉아있는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떨리기 시작한다. 캠프기간동안 혹시 작은 사고가 생기진 않을까, 과연 이렇게 준비한 프로그램들이 우리 학생들에게 얼마나 전해질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성당 어른들께 인사를 하고 버스에 오른다.

 캠프장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의 3박4일, 학생들은 매 프로그램마다 호기심과 기대감에 가득하여 우리를 바라보고 있고, 우리 교사들은 시험을 보듯, 그동안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들을 하나 둘씩 캠프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속에 새겨간다.

 이렇게 긴장 속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마쳐가고 있으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캠프 속에서 사랑에 빠져버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물론 이성간의 그러한 사랑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간의 아가페한 사랑이다.

 본당에 도착해 서로의 집으로 헤어지려니 아쉽고, 짐을 풀고 방에 혼자 있으면 괜시리 함께 했던 학생들의 얼굴이 주변을 맴돈다. 평일에도 괜히 성당에 누군가 있나 들러보고, 주일미사에서 학생들을 만나면서도 또 보고싶다. 마치 상사병과도 같은 이 기분, 그것이 바로 캠프의 힘이며 그 힘은 우리들 사이에서“영빨”이라고 불리는 충만한 주님의 사랑을 한없이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꿈같은 시간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 아깝기는커녕 금쪽 보다도 더욱 귀한 시간들로 마음에 새겨진다.

 캠프 후 정리까지 끝난 교사실은 매우 한가하다. 약간은 허탈하기도하고, 매일 모여 회의 하던 습관 때문인지 책상에 앉아 자료 찾고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할일이 없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가 흐른다.

 이 어색한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즈음이면 슬슬 2학기 준비로 교사회가 다시 움직인다.

 학생들만큼 열광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못하는 것이 교사들의 캠프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한 학기, 더 나아가 몇 년 동안이나 학생 곁을 떠나지 못하고 교사라는 이름으로 주일학교와 함께 생활하는 것같다.

 비록 나이어린 대학생들의 모임이지만 교사라는 이름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형용하기에도 쑥스러운 그 이상의 것이라서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너무도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우리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이런 기회를 보잘 것 없는 우리에게 내려주신 주님께 감사하고 싶다.


P.S : 중고등부 주일학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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