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일반 게시판

가을비 촉촉한 교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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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연 [enos1956] 쪽지 캡슐

2002-10-08 ㅣ No.533

 

     지난 주일, 시월 첫째 주일 아침에 가톨릭대학교에 갔었습니다. 아들 덕분(?)에 예신

   학생 부모님과 함께하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 입니다. 휴일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는

   것이 귀찮기는 했지만, 온 가족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가는 길은 가을비에 젖은 차도

   도 깨끗하고 차창으로 보이는 은행잎이 차분해 보였습니다.

 

     교문을 들어서서 고개길을 올라서니, 교정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가을비를 흠뻑 머금

   은 운동장의 나무들과 잔디가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저만치 보이는 성당과 그 옆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동상이 경건함을 느끼게 합니다. 가끔씩 보이는 신학생들의 검

   은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 해 맑고 겸손해 보이는 순수한 얼굴의 예신학생

   들의 모습에서 참 신앙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들을 위한 모임에서는 예신학교 생활과정을 설명하시는 신학생과 지도수녀님의

   모습에서 여느 사람과 달리 순수하고 진지한 표정과 진솔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예

   신학생들을 사랑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서울교구 끝자락의 본당에서 오는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예신학

   교에 오기 위해서 새벽 여섯시 반경에 집을 나선다는 말과 학교의 시험 및 제반 개인적

   인 사정을 고려하지 못하는 데도 결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이, 기성세대

   들에게는 부끄러울 뿐이었습니다.

 

     자녀들과 따로 모임과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무렵에, 강당 앞에서 부모님들께 간식을

   챙겨 주는 예신학생들의 꾸임없는 맑은 표정을 보며, 예신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대견하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당에서는, 우리의 자녀들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성당에 잘 다니지 않아도 방관하거

   나, 학업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못 나갈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합리화 시키는 부모님들

   도 계신것 같습니다. 종교관과 신앙심은 인격이 형성되기 전부터 생활화 되어야 하는데

   도 현실에서는 부차적인 면으로 밀려난 것 같은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이번 월요일부터 중간고사를 본다고 촉박해 하는 모습과 예신학교에서의 의젓한 모습

   이 교차하는 아들을 보며, 둘 다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신앙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 하

   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나올 때 강당입구에서, 한국전쟁때 총탄에 콧등이 깨지신 성모님 상을

   을 보며 불행했던 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었고, 가을비에 촉촉히 젖은 교정에

   서 거니는 신학생들을 보며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의 발전을 기약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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