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2008년~2009년)

'암호'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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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열 [pri701] 쪽지 캡슐

2009-06-23 ㅣ No.900

"하느님, 생명을 주시는 나의 하느님,
 
당신이 그리워 목이 탑니다."
 
시편 42,2
 
 
이렌이 온 힘을 쏟아 열정적으로 성당활동을 한 후 생을 마치고 죽었을 때,
그녀는 천국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녀는 생각했다.
 
'뭔가 착각한 게 틀림없어. 난 성당을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여기서 열렬한 환영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해.
지상에서는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항상 받지는 못한단 말이야.'
 
이 마지막 생각은 가톨릭 여성연맹의 합리적인 운영에 대해
그녀의 최대의 라이벌인 루카스 부인과의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싸움을 상기하며 한 것이었다.
 
'하지만 천국에서는 더 나은 대접을 기대해도 좋겠지.'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람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혼자말을 했다.
 
"아유, 짜증나! 나는 베드로 성인이 우리 본당의 대들보 중 한 사람에 대한 환영 파티를 열어주는 걸 잊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그에 맞는 사과를 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데!"
 
그녀는 기다렸다. 그러나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쨌든, 사실이든 아니든 사도들의 왕자라는 저 베드로가, 그들이 마침내 직면하게 될 때는
그녀의 솔직한 마음을 다 알아 줄 것이다.
그 동안에 문을 두드려 보기라도 하는 게 더 나으리라. 그렇게 해서 일을 진전 시켜야 한다!
이렌은 다가가서 문을 두드렸다. 곧 쩌렁쩌렁 울리는 한 목소리가 물었다.
 
"누구요?"
 
저 목소리! 이렌은 놀라서 생각했다.
 
'저 목소리의 주인공은 틀림없이 하느님일 거야.'
 
그러니 이제 그녀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했다!  그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저예요, 주님. 저 이렌이예요."
 
묵묵부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세상에는 아마도 이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수천 명은 살고 있을 것이며,
어쩌면 열두 명쯤은 죽음이 이날로 예정되어 있을지도 모르며, 
이는 비록 하느님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혼동할 만한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구체적으로 다시 말했다.
 
"저, '거룩한 로사리오 본당'의 가톨릭연맹 총재인 이렌 개스턴이예요."
 
자! 이제는 충분히 신원이 분명히 확인되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렌,
사실 나는 네가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부터너의 움직임을 지켜보아 왔단다.
난 너를 이 문 앞으로 데려온 바로 오늘까지 너를 주시해 왔고 인도 해 왔다.
네가 나의 인도를 받아들일 때면 언제나. 그렇고말고. 나는 너를 완전히 다 알고 있단다.
내 딸아. 하지만 네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너는 '암호'를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암호가 뭐지?"
 
이렌은 어리벙벙했다. 암호라니? 이거 야단 났네!
본당 신부도 암호에 관해서는 전혀 아무것도 얘기해 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녀는 더듬거리며 대답할 말을 찾았다.
 
"저, 저는 한번도 그와 같은 암호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주님."
 
또다시 긴 침묵이 흐르더니 그 목소리는 이번에는 슬픈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자, 이렌, 나는 네가 암호를 알지 못하는 한 이곳에 들어올 수 없는 게 유감이구나."
 
이렌은 당황했다.
그녀는 항의하고, 평생을 바쳐 성당 단체에서 자신이 무조건 헌신한 것을 지적하고 싶었고, 또.... 
그러나 그 목소리가 계속해서 말했다.
 
"나는 네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안단다, 얘야.
그러나 네가 그것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단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말아라. 아마 너는 그 암호가 무엇인지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이렌에게는 좀 너무한 것이었다.
그녀는 이런 모든 관료적인 뜻모를 말에 정말로 점점 부아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발 말씀 해주세요."
 
그녀는 성마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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