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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영 묘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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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곤 [gothomas] 쪽지 캡슐

2003-07-05 ㅣ No.3373

 모처럼 시간이 있어 직장 동료들과 황사영 묘를 찾았다.

 백서로 유명한 그 순교자의 묘 말이다.

 

 재작년인가 절두산 성지 성당에서 그분의 피와 땀이 어린 백서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깨알같은 13,000여자의 글씨, 자를 대어 그린 것같은, 편지라기보다는 가슴에 새긴 신앙의 형상물. 비록, 한문에 문외한이라 -그리고 무식한지라 번역 문장조차도-그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앞에 무릎을 끓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베론의 그 토굴을 떠올렸다.

 당신은 30도 채 안되는 나이에 죽음을 등뒤에 달고서는 그 어두침침한 토굴에서 불빛이 밖으로 새나갈까바 호롱불 심지도 낮추고, 지나가는 바람에도 자기를 좆는 순라꾼인양 숨죽여 신앙의 증거로 한자 한자 피를 토해 저 글을 쓰셨다니``` 물론 당신이 구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의 목숨이 아니라 자기와 후대인들의 신앙임을````

 아아!! 오늘 내가 저 신앙의 그늘에서 이렇게 편히 쉬며 주님의 사랑은 누리며 어리광을 부리는 것은 저 신앙의 선조들이 뿌리신 겨자씨의 신앙 덕택이구나. 내가 주님을 찾은 것은 나의 의지이며 내 잘난 것으로 알았는데```` 아 저분이 한자한자 세필로 주님께 매달리며 기도드린 그 기도를 주님게서 허락하신 결과로구나!!!

 

그런데 오늘 찾아본 그분의 묘 입구는 모텔(러브호텔이겠지, 주차장 차에 가림막이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이었다. 어쩔수 없이 그 모텔 주창을 통해 들어가면서 같이 간 동료들 얼굴 보기가 민망하였다. 동료들은 내가 가톨릭 신앙임을 잘 안다. 그리고 그들은 나를 배려해서 황사영묘를 찾았던 것이다.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황 성하까지도 감복하셨던 그 백서의 주인공이 저렇게 러브호텔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저런 곳에 계셔야 하다니```  우리의 잘난 조상들은 그분을 산골짜기 토굴로 쫒아내고 죽이더니만, 우리들은 그분을 저렇게 벌거벗은 남녀가 뒹구는 모텔 산 뒷자락에 방치하다니```

그놈의 조상에 그놈의 후손이란 말인가?(부전자전이라 말이 있듯이)

  황사영님게서는 그 두메산골의 토굴에서는 고난을 기쁨으로 승화시키셨지만, 오늘 여기서는 어떤 모습으로 계시고 있으신가!!

 이건 신앙의 후손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생각에 종일 기분이 우울하였다.

 

 하지만 증거자 황사영 알렉산드르님이시여!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저희의 못남을 주님께 이르지 마시고 저희의 죄를 대속하소서!!!!  아멘!!!

 

** 다음은 활사영 묘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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