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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래 글 쓴 사람입니다. 현명한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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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8.144.145.*]

2008-05-12 ㅣ No.6623

어제 일이 있어 짧게 쓰고 상황 설명을 드리지 못했어요.

제 인간성이 정말 한심하고 너무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수습이 안되네요...
여러분은요...
만약 배우자의 부모님께 아무런 도움을 받긴 커녕 생활비를 매달 상당액수 보태드려야 하고,
어디 아프시기라도 하면 아무 대책이 없는 경우...
반면 친정은 부유해서 결혼할 때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경우
남편이나 시가에 아무런 불만 없으신가요?

전 신혼초엔 이 문제 땜에 많이 싸우고 요즘은 거의 포기하고 잊고 살았거든요.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남편 자존심도 생각해서요. 신앙의 힘이라고 생각도 했구요.
근데 얼마전 시부모님 중 한분이 암 진단을 받으셨어요.
다행히 많이 진행되진 않아서 수술을 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런 진단을 받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몇 주새 자주 서울에 오셔서 저희 집에 묵으셨어요.
저는 그때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남편에게 틱틱거렸고,
왜 굳이 서울까지 오셔서 해야 되냐는 말도 하고,
하여튼 저의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아들이라고 전적인 의지처가 되야 되는 상황도 싫고 여러가지로 좀 심란했어요.

암 진단 받고서도 별로 나쁘지 않은 경우라 남편 위로는 커녕 참 못된 말도 많이 하고 짜증을 많이 냈네요.(여러가지 일들로)
당신만 자식이냐, 왜 부모님도 당신한테 의지하는 걸 당연히 생각하냐(아들은 혼자입니다), 왜 자꾸 우리집에서만 묵으시냐, 며칠 계시냐 등등...아프신 분 걱정은 입에 발린 소리로라도 별로 안하고...

입장 바꿔 제가 배우자에게 그런 상황에서 그런 소리를 들었다면 정말 대실망할만한 말들...
그래서 남편도 제게 많이 실망했다고 하고,
몇주새 많이 다퉜네요.
저도 제 인간성의 바닥을 본 것도 같고,
그 동안 신앙이 있다고 생각해 왔던 내가 너무 한심하고
남편이나 하느님 앞에 너무 창피해서 냉담 중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잘못한 걸 알면서 못 고치겠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좋게 대하면 제 자신이 더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길까봐...어떤 여지를 줄까봐서...
똑같은 행동 반복 안할 자신이 없어서, 잘할 자신이 없어서
잘못된 거 알면서 회개로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남편은 제가 신앙이 있다고 하면 비웃을 거 같습니다.
천주교에 좋은 인상을 가졌던 남편인데 이제 저땜에 완전 고개 돌릴 거 같습니다.
남편하고의 결혼이 제게 너무 밑지는 거였다는 속물적인 생각이 제 마음 깊은 곳에 깔려 있었나 봅니다.
주위를 돌아보며 비교나 자꾸 하고 있고...

사람이 큰일을 당해봐야 본모습을 안다고 하는데 저의 작은 한도를 넘었을 때 드러나는 이 모습, 이게 진짜 제 모습인가 싶습니다. 차갑고 이기적이고 속물적이고...

속으로 생각이야 어쨌건 말 한마디라도 좋게 해주는 게 맞는 거라는 거 알면서도

입에 발린 소리 못하고 속의 기분 그대로 다 드러내는 저로서는 그게 안되더라구요.

정말 어찌 해야 할지...

기도도 못하겠고, 성당으로 돌아갈 기운도 없네요.

몇년간의 신앙생활의 결과가 이건데 싶어 저 자신도 저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했다고 할까요.

문제는 앞으로도 잘할 자신이 없다는 거...

다시 주님께 돌아가야 되는데, 지금 어려움들 다 맡기면 좋을텐데 생각만 하지만,

이제 의욕도 없네요. 될 대로 되라는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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